쌍용건설에서 임원을 하다 퇴직한 뒤, 골프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은 내게 마뜩잖은 표정으로 이런 얘길 건넸다. 당시 난 인생 2막을 꽃피울 새로운 일을 찾아 막 전업한 상태였다.
포커 모임에서 만난 누군가는 이런 얘기도 했다.
그들을 눈살 찌푸리게 한 나의 새 직업은 ‘모델’이다. 당시 온라인상에서 멋진 수염으로 화제가 됐던 모델 김칠두 형님의 사진을 보고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모델 일을 막 시작한 단계였다.
내 지인들은 다들 대기업 임원이나 중견기업의 대표, 대학 교수, 대형 병원 원장들이었다. 이들이 ‘모델 박윤섭(65)’에 대해 “점잖지 못하다”거나 “벌이가 너무 적은 일을 한다”고 깎아내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덧 벌써 퇴직 10년, 모델 데뷔 6년 차다. 이미 지인들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내 나이에 뱃살 한 점 붙지 않고 탄탄한 몸매와 젊음을 유지하는 외모만으로도 지인들은 “부럽다”는 말을 연발한다. 누군가는 “혹시 나도 모델 할 수 있을까?”라며 넌지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지인들뿐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와 늘상 티격태격해온 작은형도 내가 모델이 된 뒤론 “우리 막내가 제일 멋지다. 네가 최고다”라며 추어올려준다.
“나이듦에 당당하자”는 내 모토대로, 시간이 가면서 난 더 원숙한 모델로 성장할 자신이 있다. 동시에 ‘세계적인 건축설계사’가 되겠다는 또 다른 꿈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백발과 흰 수염이 성성한 나이에 개성 있는 모델로 자리 잡은 나만의 비결이 궁금하신가. 모델과 건축설계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의 일상을 낱낱이 공개하겠다.
은퇴Who 〈목차〉
📌 ‘겨울연가’ 그 콘도, 내가 직접 설계했다
📌 두 달 만에 ‘조각몸매’ 만들어 속옷 화보
📌 카메라 앞에서 “안되겠습니다” 굴욕도
📌 ‘필립 스탁’같은 세계적 건축가 꿈꾼다
📌 [은퇴후 조언] 시니어 모델을 꿈꾸신다고요? 팩폭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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⑳ 척추 깨졌는데 마법 일어났다…‘연봉 1억’ 마술사 된 소방관
⑲ 상무님은 다 계획이 있었다…‘월 180만원’ 택배 뛴 사연
⑱ 억대 연봉? 홍어는 썰어봐라…2번 사표 쓴 男 ‘피눈물 조언’
⑰ “음주는 물론 마작도 배울 것” 대기업 임원의 ‘불량한 은퇴’
‘겨울연가’ 그 콘도, 내가 직접 설계했다
1995년, 미국에서 건축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차에 나는 자본금까지 싹 다 날린 채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미국에서 실력 있는 건축설계사로 한창 명성을 쌓아가던 시기, 예상치 못한 시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