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6일,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당국의 조사와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1년 넘게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 따르면 제주항공 사고 원인 조사 과정은 총 12단계 중 현재 6단계에 머물러 있다.
6단계는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항공기 블랙박스와 엔진, 주요 부품 등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된 증거들을 분석·시험하는 단계다.
참사 20일 만에 현장에서 기체 부품과 잔해물을 모두 수거한 항철위는 이를 전문기관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다만 블랙박스 두 종류,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모두 충돌 직전 4분7초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참사 직전의 급박한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와 함께 주된 증거물로 여겨지는 사고기 엔진의 경우 제조사가 있는 프랑스에서 분석하고 있다. 항철위는 국내 전문기관을 통해 엔진에서 발견된 깃털과 혈흔이 철새의 일종인 가창오리의 것이란느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앞으로는 조류 충돌이 기체 이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항철위는 엔진 자체의 결함 여부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사고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해야 했던 이유 등도 엔진 조사 과정에서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항철위는 엔진 등 중요 증거에 대한 분석·시험을 마치면 7단계 사실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후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발간·공표하는데, 항철위는 모든 절차를 다 마치는 데 최대 1년에서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방위각제공시설)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콘크리트로 된 기초구조물 위에 토사 둔덕 형태로 만들어진 로컬라이저가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추측 때문이다.
경찰은 활주로 끝에 로컬라이저가 없었거나, 콘크리트가 아닌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졌다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는지 등을 측정하는 시뮬레이션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또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이·착륙장 설치 기준, 설계 세부 지침 규정에 맞게 지어졌는지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