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 승리자의 불만, 불안한 외부자의 사회

2025-06-30

한국인들은 평생 상대평가를 경험한다. 대입 수능의 경우 원점수를 백분위로 바꾸고 상대평가를 반영해 표준점수와 등급표를 만든다. 내신 성적 역시 4%, 11%, 23%… 등으로 끊어 1~9등급을 매긴다. 대학의 성적 평가 역시 상대평가 비중을 높여왔다. 대학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평가기관이 매긴 대학 순위는 대학가에 등수 플래카드를 붙이는 풍경을 만든다.

‘내부자들’만의 서울 아파트 게임

그런데 석차와 등급의 중앙값을 넘어가면 관심 밖이 된다. 8년 전 ‘6~25등 이야기’란 칼럼을 통해 다뤘지만, 한국 사회의 주류 담론은 60%를 점하는 4등급이 넘는 내신이나 수능 성적을 가진 학생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이 중등교육에서 졸업 후에도 필요한 학습 역량을 온전히 갖추는 일보다는 상위권의 공정한 입시 경쟁에 온 나라가 집중한다. 서울 대치동, 광주 봉선동, 대구 수성구 학원가의 상위권 대학 입시 컨설팅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동네 보습학원이 어떻게 초중등 교육을 보조하는지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진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상위권 대학 입시의 ‘병목 제거’를 목표로 하지만, 4등급 이하 학생이 다니는 대학의 고등교육은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잡아먹는다”는 세계 속에서 학생들이 살고 싶은 혹은 살 수 있는 미래를 대학이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지 않는다.

노동 관점에서도 최근 지방 청년이나 중소기업·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상대평가 ‘외부자’들이 보편이 아닌 예외로서 다뤄진다는 점은 여전하다. 일단 미디어가 상대평가의 ‘내부자’들에게 주목하는 건 분명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평가 시험을 치고 들어가지 않는 대학과 그 졸업자들이 향하는 일자리가 시험을 치는 대학과 일자리보다 나으면 안 된다는 합의는 은연중에 작동하지만 강고하다. 그 합의를 전 국민이 잘 알기 때문에, 다수 청년들은 입시 경쟁과 수도권 선망 직장 진입 경쟁에 스스로를 ‘갈아 넣거나’ 여의치 않으면 ‘그냥 쉰다’.

부동산 문제도 상대평가 승리자 내부자들의 ‘서울 아파트 게임’에 갇혀 있다.

며칠 전 금융당국이 부동산 대책으로 유동성 축소 차원에서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막자, 경제지들은 고소득자이되 부모의 후원을 못 받고 강남 입성을 희망하는 30~40세대 ‘고소득 흙수저’의 희망을 밟았다고 기사를 낸다. 대출금리 3.5% 기준 30년간 6억원을 원리금균등상환하면 매달 269만원을 내야 한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가정해 6억원을 대출받아 660만원 정도의 월급을 수령해 원리금을 갚고 390만원 정도로 생활할 수 있는 1억원 연봉을 받는 사람은 30대 남성 중에 6%, 30대 여성 중에 3%다.

취약계층 문제가 토론 중심 돼야

맞벌이로는 30대 남성 중에 27%, 30대 여성 39%에 들면 되니 쉬워 보이지만, 이 계산에는 강남 아파트의 가격과 아파트 구매를 위한 자기자본이 빠져 있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20억원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를 가정하면 자기자본 10억원에다 10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월에 450만원을 원리금으로 낼 수 있고, 10억원을 이미 조달한 30~40대 인구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정책 효과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것과 별개로 ‘고소득 흙수저’는 악의적 프레임이다. 그사이 상대평가 외부자들의 주거 문제는 외면당한다. 서울의 40% 그리고 전국의 50%에 달하는 비아파트 거주자, 지방에서 상경해 원룸 빌라를 전전하며 분투하는 청춘들의 양질의 주거 논의는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한국의 끝없는 상대평가가 만들어 놓은 병폐 중 하나는 ‘내부자’가 된 자신들의 준거집단을 기준 삼아 세상을 바라보고 말을 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절대적 기준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 만하다”고 판단되는 내부자 사회의 불만을 사회 모순으로 전치시킨다.

끝없는 내부자들의 불만 토로와 이를 중계하는 보도는 ‘염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투자와 자본 형성은 합법적이고 당연한 시민의 권리지만, 강남 아파트의 사다리를 걷어차였다는 상대평가 승리자들의 답답함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은 아니다. 이들의 스피커 독점은 다수 청년에게 열패감만 강화한다. 상대평가의 중앙값 아래의 평범한 다수와 취약한 상황에 노출된 소수의 교육, 노동, 주거의 문제가 토론의 중심에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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