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로그램으로 블로그도 뚝딱…'쓰레기 정보' 넘쳐난다

2025-03-27

[비즈한국]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인기 부업으로 떠오르면서 ‘양산형 블로그’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네이버, 구글 등 검색 엔진이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나 ‘어뷰징’ 행위를 충분히 걸러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월 30만 원 수익 보장’을 내건 AI 자동화 글쓰기 프로그램들도 수십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AI 활용이 갈수록 보편화되는 가운데 난립하는 저품질 콘텐츠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존재하지 않는’ 호텔 추천, 거짓말 블로그 판 친다

다가오는 부산 여행을 위해 네이버에서 오션뷰 숙소를 검색하던 배 아무개 씨(31)는 이상한 글들을 연이어 발견했다. 프라이빗 호텔을 추천하겠다는 글에 들어가 보니 숙소의 정확한 이름과 위치는 생략한 채로 “착한 가격에 훌륭한 룸 컨디션까지 자랑하는 숙소”, “깔끔한 객실은 물론, 편리한 교통, 주변 맛집까지 더해졌다”는 장황한 설명만 있었다.

최신 글에 노출된 다른 블로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 씨는 “호텔 내부나 오션뷰 사진도 부자연스러운 AI 이미지 뿐”이었다며 “모두 다른 블로그인데 내용엔 차이가 없었다. 숙소 추천 글에 ‘대중교통 이용 시 입지를 잘 고려해 비교하라’는 뻔한 이야기만 가득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부산 여행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거짓 정보를 기반으로 한 블로그 후기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블로그 계정의 경우 ‘전포동 빈티지 게스트하우스’, ‘송정 서핑 게스트하우스’, ‘남포동 레트로 호텔’ 등 게시글에 추천 숙소명을 밝혔다. 실방문을 한 듯 “사장님들이 귓속말로 숙소 예약 시 추천인을 밝히면 서비스를 준다고 했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이곳들은 모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숙소다.

현 시점에서 포털 제재가 AI 활용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광고, 스팸성, 도배 혹은 매크로 등의 어뷰징 유형에 해당할 경우 제재하고 있다. 플랫폼 차원에서 AI를 활용해서 작성한 글인지를 파악하기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사용자가 경험한 글이나 출처가 명확한 글 등이 더 노출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 조정을 적용하고 판별력을 높이기 위해 AI 고도화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릭만으로 블로그 부업’ 띄운 프로그램 거래 ‘활발’

‘포스팅 부업’을 앞세운 관련 상품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제작한 자동 글쓰기 프로그램은 6개월 이상 사용 가능한 상품 기준 10만~60만 원대에 판매된다. 필수 키워드만 입력하면 주제에 맞는 최신 글을 자동으로 검색해 이미지와 글을 생성하고 포스팅까지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중소형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거래되지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도 올라와 있다.

자동 광고 프로그램은 네이버 카페 등에서 기존에도 활용됐지만 AI가 접목된 프로그램들은 차이가 있다. 간단한 명령어 입력만으로 글 작성부터 블로그 레이아웃·색상 테마 적용, 무료 이미지 및 AI 기반 섬네일 생성, 태그까지 모든 포스팅 작업을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어 게시 글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 편집부터 글 등록까지 ‘1분도 안 걸린다’는 이 상품들은 ‘월 300달러 이상 자동화 수익 보장’ ‘네이버 카페·밴드 자동화 프로그램 보유’ 등의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네이버 지도의 데이터나 신문사 기사를 기반으로 하는 전용 프로그램도 있다.

방문자를 노리고 주요 키워드를 조합한 글을 만들어 광고를 붙이거나 피싱 사이트로 유도하는 기본 틀은 과거와 같지만 유심히 보지 않으면 사람이 쓴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글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사실이 아니거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도 그럴듯하게 내놓는 AI 특유의 ‘환각 현상’ 때문에 속기도 쉽다.

39만 원대에 판매되는 A 프로그램은 네이버와 구글 등에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검색엔진 최적화(SEO)와 광고 수익 창출을 위한 절차인 애드센스 승인도 지원한다. B 프로그램은 구매자들에게 CS 직원이 프로그램 세팅과 사용법을 직접 안내하고 있다.

#인터넷 ‘오염’ 불 보듯 뻔한데…오남용 어떻게 막나

일부 상품들은 포털 제재를 비웃으며 오히려 자사 프로그램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다. A 프로그램 판매사는 “자동캡챠로 ‘로봇이 아닙니다’를 해결할 수 있다. 네이버와 구글의 자동색인으로 빠른 노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박스를 내보내는 ‘리캡챠’는 구글이 가짜 사용자나 악성 소프트웨어를 잡아내는 기술이다. 매크로 등 자동 프로그램을 돌린 포스팅 검열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꼼수는 결국 잡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블로그 운영자는 과거 자동 포스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스토리를 운영하다가 카카오로부터 영구 로그인 제한 조치를 받았다. 그는 “AI는 거짓말을 정말 능숙하게 한다”며 “방문자만 확보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보다 양에 집중하는 블로거들이 많지만 광고주와 포털 입장에서는 거짓 글이 골칫거리다. 단기적인 수익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AI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도입이 앞섰던 미국에서는 이미 AI 활용 블로그가 늘면서 구글 검색 품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이사장은 “AI 활성화가 먼저인 현 시점에서 AI 서비스의 주체이기도 한 검색엔진들은 ‘알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는 막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퀄리티가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 이사장은 “최근 AI가 가공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재가공되면서 정보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사용자 인식 개선과 기술적인 필터링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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