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권성동 압수수색 첩보에 통일교 회계자료 삭제…한학자 지시”

2025-09-01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영호(48·구속기소)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공소장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카지노 도박 수사를 대비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교사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윤 본부장 공소장에 “피고인이 한학자, 정모(비서실장)의 증거인멸 지시에 따라 사무실에서 관리 중인 컴퓨터 저장 정보를 삭제하고, 회계 프로그램에 저장된 2010~2013년 회계정보를 삭제하거나 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통일교 카지노 원정도박 의혹은 한 총재 등 통일교 지도부가 2008~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교회 자금으로 카지노를 했다는 내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의혹은 2022년 6월 강원 춘천경찰서가 제보를 받아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입건 전 조사를 했다.

4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3일 윤 전 본부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총재님 카지노 하시냐” “경찰 쪽 지라시인데, 불법으로 재단 자금을 반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 진행되고 있고, 압수수색 나올 수 있다”는 사건 정보를 제공받았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5일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 연락을 받은 다음날인 2022년 10월 4일 오전 한 총재와 정 비서실장에게 수사정보를 그대로 보고했고, “원정 도박, 도박 자금 출처 관련 자료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소장에 담겨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세계본부 총무국 소속 직원들은 2022년 10월 25~27일 사무실에서 회계프로그램에 접속해 2010~2013년 회계정보 지출 적요에 ‘해외 출장비’에서 ‘해외’를 지우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정보 유출 관련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통일교 원정도박 의혹에 대해)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첩보 2건이 있었다”며 “첩보는 폐기한 상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첩보는 수사첩보처리규정에 따라 보존기한 2년이 지나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윤 전 본부장과 김건희(구속기소) 여사 사이의 통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2022년 3월 30일 김 여사는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전 고문(전성배)이 전화하라고 했다. 총재님 건강하시냐”며 “감사 말씀을 전해달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직접 통화를 통해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구속)씨가 김 여사, 윤핵관 등 친윤 정치인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윤 전 본부장이 확인하게 됐다고 썼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독대한 장소는 서울 통의동 건물 4층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로 확인됐다. 권 의원이 배석한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대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공소장엔 한 총재가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 2일 통일교 중역 120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 뜻을 밝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총재는 지난달 31일 특별메시지를 통해 “어떤 불법적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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