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모든 국민은 제주도를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로 국제자유도시로 안다.
이는 제주가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의 주요 도시들과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 청정 자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관광인프라 등 용이한 여건을 감안해 국제자유도시 모델 구현의 최적지로 평가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정부는 1998년 그 추진 방침을 표명하고 제주도를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했다. 아울러 정부는 사람·상품·자본 이동의 자유와 기업 활동의 편의를 최대 보장하는 개방화·자유화 정책의 시범 지역으로 개발해 동북아시아 중심도시로 육성·발전시키려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그 캐치프레이즈로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시됐다. 무비자 정책, 외국 인력 장기 체류 허용,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 수입 자유화, 무관세 등 무역장벽의 완화, 외환 거래 자유화 등 정책 대안들이 제시됐다.
주요 개발 사업 프로젝트로는 관광·교육·의료, 1차산업, 첨단지식산업 등을 제주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 조성 및 투자 유치 프로젝트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2002년 4월부터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전면 개정 공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설립,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고시, 신화역사공원 착공, 영어교육도시 착공, 첨단과학단지 준공, 2차 종합계획 수정계획 고시 등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2002년 중앙정부의 제안과 지원을 받아들여 ‘풍요로운 제주 미래’를 담보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던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이 2024년 현재도 제주공동체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가? 그 비전은 아마도 폐기 처분된 듯하다.
그런 징후는 제주차원에서 크게 견인력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그저 그렇다. 특히 최근 지역여론 주도층의 경우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당연히 포기하기를 바라듯, 기존 1도 2행정시 체제를 1도 3개 기초단체 체제로 전환하는 이슈에 보다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중심의 경제력·인구의 기형적인 초(超)집중화와 지방중소도시 소멸 위기 이슈가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저(底)출산 문제 또한 농어촌을 낀 중소도시로 확산일로에 있다. 이에 미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 발전을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제주당국은 이런 핫(hot)이슈를 크게 반기지 않은 듯하다. 풍요로운 제주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도민역량을 집중시킬 방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후차적인 현안에 올인(all-in)하는 듯하다. 과연 이런 시책(施策)전환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며, 미래 제주를 위한 최선의 방책(方策)인지에 대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에서 제주가 나아갈 방향은 체제 변환보다 엄습하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즉 도민의 경제 문제와 청년들을 위한 발전 전략을 만들어 이를 옹골차게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