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노후화된 계획도시의 문제는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의 물리적 결함을 넘어, 도시 기능의 저하와 지역 사회의 생태적, 경제적 퇴행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1기 신도시는 이러한 현실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때 혁신적인 도시 계획의 상징이었던 이들 지역은 이제 재건축과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이주 단지 건설 중심의 접근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재건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이주 단지는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
이주 단지는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들을 임시로 수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원활한 재건축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주 단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소모다. 이주 단지를 건설하려면 별도의 부지 선정, 설계, 인허가, 공사 등이 필요하다. 이는 재건축 본연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 외에 상당한 지연을 초래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예산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둘째, 주민 정주성의 약화다. 이주 단지는 주민들에게 임시적인 거주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정주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는 주민들로 하여금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고, 재건축 이후 원래 지역으로 돌아오려는 의지를 감소시킬 위험을 초래한다.
셋째, 지역 간 불균형 심화다. 이주 단지가 조성되는 지역은 기존 주민들과 새로 유입된 이주민 간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역 사회의 조화를 저해하며, 해당 지역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건축 속도 향상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노후계획도시의 재건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은 시간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재건축이 이루어질수록 주민들의 주거 안정성과 도시의 기능적 회복이 신속하게 실현될 수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안전 문제다. 노후 건축물은 물리적 노후화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대한민국과 같이 지진,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빈번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빠른 재건축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경제적 활성화의 문제다. 재건축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건설업의 부흥뿐만 아니라 상권 회복,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주민들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다. 노후 건축물의 재건축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친화적인 설계를 도입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
넷째, 주거 수요와 공급 불균형 완화다. 대한민국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며,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거 불안을 초래한다. 재건축을 통해 신축 주택 공급을 늘림으로써 시장의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성공적인 재건축을 위한 전략을 생각해 보자.
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규제 완화다. 재건축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규제다. 이를 완화하고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여 사업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다. 공공 기관과 민간 개발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공공이 인프라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담당하고, 민간은 설계와 시공을 맡아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셋째, 금융 지원이다.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 자금 조달 문제는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금리 대출, 보조금 제공 등 금융 지원을 통해 사업 추진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주민 참여 확대다. 재건축은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투명한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질적 변화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주 단지를 조성하여 주민들의 임시 거주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건축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오히려 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주거 환경과 도시 기능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재건축 속도 향상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간은 도시의 생명력이다. 빠르고 과감한 변화만이 노후화된 계획도시를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도시 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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