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정보국(DNI)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국제적으로 승인 받기 위한 목표를 실현(enabling)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부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데 이어 같은 표현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DNI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공개한 첫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실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가 아닌 사실상의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재차 확대될 조짐이다.
달라진 ‘핵보유국’ 평가…‘희망→실현’
DNI는 이날 공개한 ‘2025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ATA)’에서 “북한의 전략 무기 능력 발전과 수입 증가는 김정은의 오랜 목표인 국제적인 핵보유국 인정, 한반도 내 미국 감축, 경제적 통제력 확대, 외국의 영향력 축소 등을 실현(enable)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첫 공식 평가다. DNI는 바이든 정부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강화된 국방 관계를 이용해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hope)한다”고 했다.
사전적 의미로도 ‘희망’과 ‘현실화’는 근본적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털시 개버드 DNI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북한은 언제든(on short notice) 추가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는 북한의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하고 정권을 방어하며 적어도 암묵적으로(tacit)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보유국’ 북한과의 협상 이뤄지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북한)은 확실히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재건할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대화를 재개할 경우 대북 협상의 성격은 비핵화가 아닌 군축과 이에 따른 제재 해제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날 공개된 DNI 보고서에는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은 전략적 무기 프로그램을 체제 안보 보장 수단이자 국가의 자존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협상으로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평가했다.
개버드 국장 역시 대북 협상 가능성과 관련 “북한은 미래의 협상에서의 지렛대로 그들의 증대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비행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김정은은 전략적 무기의 진전, 러시아와의 관계 심화, 북한의 경제적 내구성을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협상력 강화 및 제재 완화 필요성 감소(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치명적 비대칭적 활동 확대 가능성”
DNI 보고서는 “북한이 핵 억지력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면서 강압적 작전에 대한 역량 및 새 전술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북한의 억제 노력이 작동하지 않거나 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더 치명적인 비대칭적 활동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김정은은 해양 경계선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도전한 바 있으며 또 그럴 수 있다”며 “북방한계선(NLL) 주변을 따라 새로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북한의 핵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원동력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지원하는 대가로 북한의 핵 지위를 점점 더 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금의 원천과 관련해선 “미국과 다른 나라로부터 연간 수억달러를 훔쳐서 군사 개발 등에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핵심으로 꼽았다.
“가장 유능한 경쟁자는 중국”
개버드 국장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에 대해 “미국의 역량과 이익에 도전할 수 있는 활동에 관여하는 핵심 국가”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중국을 지목했다.
개버드 국장은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 아래 경제, 기술, 군사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분쟁을 피하고 자국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대만을 통일하려는 노력과 관련해 미국과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도전 과제로는 “가장 심각한 국내 문제는 만약 사회경제적 불만이 대규모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정 및 경기침체”를 들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해 가속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및 무역 압박과도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