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수사구조 개혁론
작년 퇴임 후 수사·기소권 조정 연구 몰두…옥스퍼드 논문 게재
“영국 중대비리수사청(SFO)과 왕립기소청 모델, 청사진 삼아야”

경영학의 대가인 톰 피터스는 “누군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면, 두려움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도전 정신이 성공의 필수조건임을 짚은 것이다. 재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명제를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피터스가 설파한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 있다. 김진욱(59) 초대 공수처장(2021.01~2024.01 재임)이다. 김 초대 처장의 삶의 발자취에는 톰 피터스의 성공법칙이 읽힌다. ‘최초’, ‘초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1999년 첫 특별검사(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낸 김 초대 처장은 판사 시절엔 공수처의 모태가 된 사건의 주심 판사를 맡았다. 지난해 초대 공수처장직에서 내려온 직후엔 영국 옥스퍼드대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장 출신으론 최초다. 월간중앙이 5월 12일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끝없는 개척자’ 김 초대 처장을 만났다.
퇴임 이후 어떻게 지냈나?
“퇴임 직후 스페인으로 가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뜻깊은 경험이었다.”
힘들지 않았나?
“250㎞를 걸으려니 쉽지 않았다.”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들었다.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는 물론, 택시도 있다. 하지만 유혹을 이겨내고 250㎞를 걸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을 배웠나?
“순례길에선 자신의 짐을 남에게 맡기지 못한다. ‘인생의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평소 믿음이 굳어졌다. 우리 모두 인생의 짐이 하나씩 있지 않나. 나에게는 공수처도 일종의 인생의 짐이다.”
순례길에서 돌아온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에 논문을 게재했다. 제목(Which cases to investigate?)이 의문형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제목에 담긴 질문은 공수처가 안고 가야 하는 십자가다. 나 또한 처장 재직 시절 끝없이 되물었던 질문이다.”
논문 도입부 상당 부분을 공수처의 정체성과 설립 목적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맞다.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무엇인가?
“공수처장 재직 당시 검찰의 높은 기득권을 체감했다. 사석에서 있었던 일이다. 검찰 출신 의원이 ‘공수처는 검찰 견제 역할만 해달라’고 하더라. 검찰 이외의 다른 사건은 기존대로 검찰이 수사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말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해당 의원은 ‘김학의 사건’ 등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를 언급하며 검사 관련 사건은 검찰이 수사·처분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곱씹어보니 그 말의 핵심은 공수처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답했나?
“말도 안 된다고 응수했다. ‘우리는 법대로 한다’고 했다. 실제로 공수처법에는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기소하고 공소유지를 하기 위해 공수처를 설치한다고 나와 있다. 공수처의 모태가 된 사건도 검찰과 거리가 멀다.”
공수처 탄생 계기 된 보건부 장관 뇌물사건 주심 맡아
공수처의 모태가 된 사건이 무엇인가?
“1997년 안경사협회장의 보건부 장관 뇌물 사건이다. 당시 대한안경사협회장 김태옥이 이성호 보건부 장관의 부인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장관 부인과 김 회장은 1심에서 각각 제삼자 뇌물죄와 뇌물 공여죄로 징역 1년 6개월과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죄가 나왔는데 왜 공수처의 모태가 됐나?
“항소심이 시작되자 1심 재판부가 안경사협회장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이후 2심은 항소 기각, 보석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전담기구’ 설립에 속도를 냈다. 사실 내가 2심 주심 판사였다.”
공수처와 연이 깊다.
“2심 주심 판사였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보다가 알게 됐다. 2021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수처장 임명장을 받은 이후 해당 사건의 주심 판사였다고 말씀드리니 ‘굉장히 공수처와 연이 깊으시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공수처의 시작은 검찰과 거리가 멀다.”
검찰·공수처, 즉 신·구 사정권력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 견제만 하라는 것은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뜻이다. 12·3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같은 굵직한 사건에 공수처는 빠지라는 의미다.”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르면 ‘이첩 요청권’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서 진행 중인 수사를 자신들의 관할로 이첩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12월 18일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내란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봐서 공수처에 이첩하겠다고 결단 내린 것이다.”
공수처는 12·3 계엄 직후 내란죄 수사권이 없음에도 대통령 수사에 앞장섰다.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도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해 논란이 일었다.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하겠다. 공수처는 살아남으려면 중립을 지켜야 한다.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오면 안 된다. 무능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으나, 편향됐다는 지적은 치명적이다.”

“무능하단 소리 듣더라도 중립 못 지키면 치명적”
무능하다는 지적도 치명적이지 않은가?
“처음부터 잘하는 기관은 없다. 공수처는 능력은 떨어져도 ‘중립을 지키려고 애쓴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핵심은 중립성이다.”
김 초대 처장이 정의하는 ‘중립’이란 무엇인가?
“먼저 ‘기계적 중립’이 있다. ‘기계적 중립’은 진보 진영 사건을 하나 수사하면, 보수 진영 사건도 하나 수사하는 거다. 사실 기계적 중립이 ‘이상적인 중립’은 아니다.”
이상적인 중립은 무엇인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중립성은 독립성하고 연동된다.”
독립성은 무엇인가?
“독립성은 사건의 선정, 진행, 처분 단계에서 외압을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상적인 중립’을 못 지킨다면 최소한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켜야 한다. 많은 국민은 검찰이 기계적 중립도 안 지킨다고 믿고 있다. 검찰이 기계적인 중립이라도 지켰다면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이 이처럼 높지는 않았을 거다.”
공수처장 재임 당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나?
“물론이다. 사실 여당과 정부가 불편해하는 사건은 못 본 척하고 넘어가면 임기를 쉽게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3년 내내 중립을 지켰다. ‘고발사주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권력 눈치를 봤다면 기소하지 말았어야 한다. 환경도 불기소하기 좋았다.”
왜 그러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10일 당선됐다. 공수처는 그해 5월 4일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장을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정확히 6일 전이다. 사실상 윤 대통령 취임식에 재를 뿌린 거다. 우리가 기소하기 직전인 4월 공소심의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공소심의위원회 다수 의견은 ‘기소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고발사주 의혹은 지난 2020년 처음 불거졌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국민의힘인 미래통합당 측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공소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다수의견으로 냈을 때 심정은 어땠는가?
“윤 대통령 당선이 공소심의위원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런데도 우리는 꿋꿋이 갈 길을 갔다. 사실 ‘고발사주 의혹’이 정녕 ‘손준성 사건’이라고 생각하나? 사실상 ‘윤석열 사건’ 아니던가?” (공수처는 2022년 5월 4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공직선거법 및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8개월간의 수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이 2020년 총선 직전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을 텔레그램으로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와 주고 받았다고 봤다.)
“대장동 사건 도지사 때면 수사했을 것”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우선 사건의 피해자가 윤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건 유시민 작가, 최강욱 전 의원,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이다. 손준성 전 정책관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많은 국민이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이해관계자가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손준성 전 정책관은 4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1심은 손 전 정책관이 김웅 전 의원에게 고발장 일부 내용과 첨부한 실명 판결문을 유출했다고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은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직접 김 전 의원에게 보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직·간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이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왜 그러한가?
“2심 판결문을 읽어보면 손 전 정책관이 김 전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손 전 정책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그다음 윤 총장이 김 전 의원에게 보내도 텔레그램 특성상 〈손준성 보냄〉 문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텔레그램 특성상 그러하지 않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항소심 판결은 공수처가 손 전 정책관이 윤 전 총장에게 직보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입증하라는 거다. 법리적으로도 항소심 판결은 잘못됐다.”
2022년 대선 직전 ‘깜깜이 여론조사 기간’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섰다.
“2021년 말부터 우리는 국민의힘 진영을 수사했다.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대표적이다.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묵묵히 갈 길을 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처럼 말이다.”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맞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은 당초 공수처 관할이 아니었다.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에 재임할 당시 생긴 사건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 만약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할때 생긴 일이었다면, 우리는 ‘고발사주 의혹’과 동일한 속도와 강도로 수사했을 것이다.”
옥스퍼드 논문 제목을 〈Which cases to investigate?〉로 정한 이유가 이해된다.
“공수처는 특성상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매해 3000여 건이 접수되는데 인력은 한정적이다. 사실 옥스퍼드대 논문은 영국 중대비리수사청(SFO) 청장과 뉴질랜드 중대비리수사청(SFO) 청장, 다양한 국가의 검찰총장들과 상의하면서 완성한 작품이다.”

수사·기소권 분리 부작용 없도록 단계적 전환 필요
실제로 논문에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 SFO와 뉴질랜드 SFO 관련 내용이 많다.
“처장 재임 시절 해외 출장을 두 번 갔다. 영국과 뉴질랜드였다. 현장에서 영국 SFO와 뉴질랜드 SFO청장과 미팅하며 ‘공정한 수사란 무엇일까’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비슷한 시기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Matthew Stephenson이 ‘수사기관 책임자가 사건 선정 기준에 관해 쓴 논문이 없다’며 논문작성을 권했다.”
영국 SFO의 사건 선정 방식이 궁금하다.
“영국 SFO 청장을 만나자마자 물은 질문이기도 하다. 영국 SFO 내부에는 위원회가 있다. 위원회에서 사건의 중함을 평가한다.”
논문에는 뉴질랜드 SFO의 ‘7대 중점 수사 분야’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뉴질랜드로 출장간 2023년 5월에는 없었다. 이후 2023년 8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7대 중점수사 분야는 ‘정부 자금횡령, 기업 및 상업 사기, 외국영향력 공작 가담행위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매우 인상 깊다.”
영국과 뉴질랜드 출장 이후 ‘사건 선정에 관한 공수처장의 권고적 기준’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사건 선정 기준이 ‘사건 중요도’와 유죄 판결을 받을 만큼의 ‘증거수집 가능성’을 기준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죄 판결을 받을 만큼의 증거 수집 가능성은 어느 정도 수사해야 보이는가?
“물론 잘 안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증거 수집 가능성이 낮아서 무혐의 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보수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영국 SFO와 공수처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 영국 SFO는 100만 파운드(약 18억원) 이상의 고액 사기 사건을 중점적으로 수사한다. 반면 공수처는 수사 대상을 고위공직자로 한정한다. 공수처는 특이한 조직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생기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수처가 필요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찰 개혁은 필수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단번에 분리하면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기소권이 없으면 피의자들이 불출석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렇다고 매번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검찰을 공소청과 수사청으로 분리한단 방침이다.
“영국처럼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영국은 복잡한 사건을 수사하는 SFO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한다. 반면, 일반 사건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 일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한 다음 왕립기소청(Crown Prosecution Service)에서 기소하는 방식이다.”
영국 SFO에는 수사검사와 공소검사가 나뉘어 있나?
“아니다. SFO는 사실 수사만 직접 하고 공소는 외부 베리스터(Barrister, 법정변호사)를 고용한다. 물론 공소유지 협조는 한다. 가령 포렌식 자료와 증거를 베리스터에게 지원하는 식이다.”
뉴욕 맨해튼 검찰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수사·기소했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에는 ‘하나의 검찰’이 아닌 ‘여러 검찰’이 공존한다. 연방 검찰과 주 검찰로 나뉘어 있다. 연방 검찰과 주 검찰이 견제하면서도 서로 보완하는 독특한 관계다.”
국정원은 지난해 대공수사권을 국수본으로 이관했다. 이후 대공수사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존 국정원에서 대공수사하던 인력이 전부 국수본으로 이동하면 된다. 공수처장 재임 시절 국정원에서 대공수사하던 분이 면접을 보러 왔다. 이유를 물으니 ‘수사를 계속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국수본도 대공수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국정원 인력을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 찬밥 대우하면 누가 국수본으로 가려 하겠는가?”

공수처 직원은 좌파·우파 아닌 ‘공수처파’
공수처 내에서도 공소업무를 꺼리는 문화가 강한가?
“그렇다. 공소 분야로 인사이동하면 사표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좌천’이라고 생각하더라. 사실 공소도 중요한 업무다. 다만, 현실은 뉴질랜드 SFO의 7대 중점 분야처럼 모두 ‘멋진 수사’를 하고 싶어한다.”
뉴질랜드 SFO의 7대 중점 수사 분야는 김 전 처장이 출장 다녀온 이후 제정됐다. 어떻게 알게 됐나?
“어느 날, 옥스퍼드대 논문을 공저한 토론토대 교수가 연락이 왔다. 뉴질랜드 SFO가 7대 중점 수사 분야를 발표했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다. 바로 뉴질랜드 SFO처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 시간 넘게 대화했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들었다.
“과거 김앤장 시절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다녔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음에도 영어가 편하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앤장 다니면서 2학기를 겨우 마쳤다. 하지만 더 이상 로펌 일과 병행이 불가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헌법재판소로 갔다.”
로펌에서 헌법재판소로 이동한 이유가 영어 공부 때문인가?
“그렇다고 봐도 무방하다(웃음). 원래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고등학생 때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대학에 다닐 때는 종군기자를 지망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법조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판사가 됐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다.”
인력 부족이 공수처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금 검사가 13명밖에 없다. 장기간 공석이 이어진 탓이다. 사실 내가 처장일 때는 인력 부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결은?
“철저히 능력 위주로 뽑았다. 그 결과,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대검 중수부 출신 부장검사 3명과 함께 하게 됐다. 윤 대통령 측근이어서 기용한 것은 아니다. 3명의 부장검사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인력 부족 문제는 겪지 않았다.”
3명이 누구인가?
“김선규, 송창진, 박석일 부장검사다. 특히 공수처에서 2부장을 지낸 송창진 부장검사는 검찰 재직 시 특수 수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두 번 모신 것으로 알고 있다.”
공수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은 어디인가?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이다. 공수처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별감찰관실은 조사권만 있어서 강제 수사가 불가하다. 특별감찰관실에서 감사한 내용을 공수처로 이첩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에는 우파, 좌파가 없다. 모두 ‘공수처파’다. 공수처를 믿고 응원해달라.”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