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교육특보 ‘9000명’

2025-05-22

특보는 ‘특별보좌관’의 줄임말이다. 공식 직제에는 편재되지 않지만 권력자와의 친소 관계나 접촉 빈도에 따라 막후 실세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 특보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 특보는 ‘6공의 황태자’로 불렸다. 문정인 특보(문재인 정부)나 이동관 특보(윤석열 정부) 등도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대통령과 대선 후보의 차이만큼 대통령 특보와 대선 후보 특보는 중량감이 다르다. 대선 후보 특보에도 급이 있다. 후보가 직접 삼고초려한 사람, 지근거리에서 조언하는 사람, 제 발로 찾아가 줄 선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선거에서 열위인 후보일수록 특보 임명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시인 김광균은 낙엽을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추일서정·1940년)에 비유했는데, 요즘 도장 찍듯 남발하고 나뒹구는 후보 특보 임명장이 꼭 그 꼴이다.

국민의힘이 전국 교사들에게 마구잡이로 김문수 후보 교육특보 임명장을 뿌렸다.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지인도 지난 21일 ‘제21대 대선 국민의힘 임명장’이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엔 스팸 문자로 생각했단다. 메시지에는 ‘OOO님 안녕하십니까, 제21대 대선 국민의힘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과 링크가 담겼다. 링크를 누르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직인이 찍힌 임명장이 떴다. 발행일자는 5월20일, 임명자는 김문수 후보였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등에 따르면 9000명에 이르는 전현직 교사들에게 이런 식으로 김문수 교육특보 임명장이 발급됐다.

도대체 국민의힘은 그 많은 교사들의 개인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을까.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선거가 임박하니 교육특보로 임명하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정당 가입은 물론이고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 교원의 정치 참여는 꽁꽁 묶어놓고 선거가 급하니 표를 얻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게 안쓰럽다. 국민의힘은 “실무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 김 후보는 교사들에게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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