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月 이용 요금 300만원 육박
‘강남 이모님’이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급등
맞벌이 부부인 김모(38)씨와 배우자는 6살, 3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평소 퇴근 후에도 야근이 잦아 아이 돌봄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 부부는 지난해 도입된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을 통해 ‘필리핀 이모님’을 고용했다. 이모님은 아이들 돌봄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함께 도와주어 김씨 부부의 육아 부담이 크게 줄었다.
최근 정부가 본 사업을 연기하면서 필리핀 가사 관리사 공급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이용 요금이 급등했다. 기존 200만원대였던 월 이용 요금이 300만원까지 올라, 김씨 부부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들을 ‘강남 이모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용이 상승했지만,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맞벌이 부모들에게 가사 관리사는 필수가 되어 가는데, 요금이 너무 올라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빠르게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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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본 사업이 연기되면서 워킹맘·대디들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해당 서비스의 이용 요금이 대폭 인상된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이른바 ‘필리핀 이모님’의 월 이용 요금이 300만원에 육박해 ‘강남 이모님’이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다.
24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에서 6개월간 운영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운영비, 관리비 상승을 반영해 이용 요금도 인상된다. 시범사업 당시 시간당 요금이 1만3940원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연장 기간에는 1만6800원으로 오른다.
이를 주 40시간(하루 8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이용 요금(주휴수당 포함)은 기존 242만5560원에서 292만3200원으로 약 50만원 증가한다.
당초 ‘월 100만원대 가사관리사’라는 홍보 문구와는 거리가 먼 결과가 됐다. 사업 시작 전인 지난해 8월 신청자 분석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주자가 43%를 차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맘카페 등에서는 “필리핀 관리사가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까요?”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실제 시범사업 초기에도 이용자의 30% 이상이 강남 3구에 집중됐다. 당시 사업 이용 가정으로 선정된 157가구 중 33.8%가 강남 3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보다 더 비싸진 요금으로 인해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강남 고소득 가구들이 영어권 출신 가사도우미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하는 통로로 변질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여성의 경력단절,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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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임금을 500만원 받는 사람이 200만원 이상을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지출하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만원 이하로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 고용부가 검토한 결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혀, 요금 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편 서울시는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형 가사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용 가정은 연 70만원의 가사서비스 바우처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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