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FTA 파고…‘피해보전직불’은 올해 일몰

2025-02-06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따른 주요 농축산물 관세 철폐 일정이 연차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새 미국 행정부가 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설상가상 FTA 피해 농가에 버팀목 역할을 하는 ‘FTA 피해보전직불제’가 올해로 종료될 예정이어서 우리 농업이 커지는 수입 농축산물 공세에 무방비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 예고한 대로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 조치를 발효하자 중국도 관세 보복에 나서면서 양국이 정면 충돌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대한 25% 보편관세 부과 조치는 극적으로 유예됐지만 언제든 불꽃이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계가 관세전쟁의 확전을 잔뜩 경계하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이 무역수지를 이유로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우리 농업은 또다시 ‘국익’이라는 명분의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크다.

한·미 FTA 재협상이 아니어도 주요 농축산물 관세 철폐는 줄줄이 예고된 상황이다. 쇠고기는 내년에 미국산, 2028년 호주산 관세가 사라진다. 미국산과 유럽연합(EU)산 우유·치즈에 대한 관세도 내년부터 없어진다.

이런 가운데 FTA 이행에 따른 농가 피해를 직접 지원하는 FTA 피해보전직불제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수입량이 급증해 가격 하락 피해가 발생한 품목에 대해 가격 하락분의 일부를 보전하는 사업이다. 2004년 한·칠레 FTA 피해 대책으로 한시 도입됐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올 12월20일이 일몰 기한이다.

농업계는 농가 최후의 보루 성격을 지닌 이 사업이 연장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내년부터 미국산 쇠고기 관세 폐지 여파가 우려되는 한우업계에서 요구가 크다. 국회에서도 이를 반영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몰을 10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과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이 각각 법안을 냈다.

문제는 농정당국의 의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연장 계획이 없다”면서 “애초 한시적으로 도입된 데다 최근 농가경영 안정을 목적으로 한 다른 사업인 공익직불제와 농업수입안정보험 등이 본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낮은 실집행률도 사업 연장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 사업은 법적으로 ▲품목 총 수입량이 평년 수입량을 초과할 것 ▲FTA 체결국 수입량이 평년 수입량을 초과할 것 ▲국내산 가격이 평년 가격의 90% 미만일 것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발동한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2020∼2024년) 총 9개 품목만 대상으로 선정됐고 그나마 2021∼2023년엔 대상 품목이 없거나 하나뿐이어서 해마다 200억원가량 확보한 예산을 거의 써보지도 못했다. 농업계는 FTA 피해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서 발동 요건 완화를 요구해왔는데, 결국 개선되지 않으면서 최근엔 관련 예산이 줄어들었고 급기야 제도 폐지의 한 원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전체 농가에 혜택이 가는 공익직불제, 수입안정보험 등으로 정책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수입안정보험 본사업화 등을 이유로 내세운 점도 농업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경재 전국한우협회 차장은 “축산은 공익직불제로부터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고 수입안정보험은 대상조차 아니다”라면서 “일몰 연장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축산분야엔 적잖은 도움이 됐다. 돼지고기가 대상에 포함된 2020년과 한우·육우·한우송아지가 포함된 지난해엔 각각 600억원가량이 이 사업으로 지출됐다.

전문가들은 FTA 피해보전직불제를 없앤다면 거세지는 수입 개방 파고로부터 농가경영을 지킬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미 존재하던 직불제나 막 시작된 수입안정보험으로 FTA 피해 대책을 대신하려 해선 안된다”면서 “정부가 ‘농업 4법’ 폐기에 따른 대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거기에 진정한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을 위한 ‘플러스 알파(+α)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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