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시장 규모 43조원 육박…빠르게 성장, 새로운 수출 모델
MZ세대에게 중고 거래, 단순 소비 아닌 수익 창출·자기표현 수단
희소성 있는 아이템 사고파는 행위, 소액 투자 활동으로 자리잡아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43조원에 육박하며 급성장하는 가운데, 중고품이 ‘역직구’(해외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의 새로운 수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산 중고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어, 리커머스(중고 거래) 산업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와 세제 지원이 미흡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한국 중고상품…투자 수단으로 진화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 2023년에는 26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는 단순한 재사용을 넘어, 희소성이 있는 상품을 전략적으로 사고파는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응을 얻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약 29억400만달러(한화 약 4조2500억원)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베이에서는 한국 신규 판매자 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고, 이들의 매출도 60% 이상 성장했다.

국내 중고 플랫폼들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해외 판매 채널을 구축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이베이와 연동되는 판매 대행 시스템을 도입, 개인이나 영세 판매자도 손쉽게 해외 소비자에게 중고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고품 이중과세…해외 수출 '걸림돌'
그러나 제도적 한계는 여전히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품 이중과세’ 문제다. 대부분 중고거래는 비사업자 간 개인 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나 매입 영수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중고품을 해외로 수출하더라도 부가가치세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 따르면 부가세 의제매입세액 공제 대상은 재활용 폐자원과 중고차에만 국한돼 있어, 중고 신발·의류·전자기기 등 일반 중고품은 적용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200만원에 구입한 중고 운동화를 210만원에 판매했을 때, 겉으로는 10만원의 이익이지만 매입 증빙이 없다면 약 19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해외는 세제 지원 활발…한국은 ‘걸음마’
반면 해외 주요국은 중고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세를 최종 소비 단계에서만 부과하고, 일본은 세금계산서 없이도 거래 증명만으로 소비세 공제를 인정한다. EU 역시 중고품에 마진과세제도와 정률보상제를 도입해 수출 부담을 낮추고 있다.
국내 중고 수출업계는 이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세제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인기로 한국 중고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리커머스를 수출 산업으로 전환시킬 결정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중고거래는 더 이상 ‘절약’이 아닌 ‘자기 표현’이자 ‘투자’”라며, “플랫폼 기업의 기술력과 정부의 제도 개선이 맞물릴 때 한국 리커머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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