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이 선택받은 민족임은 역사를 통해 드러난다. 한민족의 역사에는 고유한 영성이 있다. 한민족의 고유 영성은 서구 기독교의 신부 영성과 함께 ‘독생녀 탄생’으로 수렴된다. 동방의 제천의식과 대망사상, 서방의 신비주의적 신부 영성이 시대를 넘어 교차하며 인류 구원의 대서사를 이룬다. 본 연재는 두 영적 강물이 20세기 한반도에서 만나 인류 구원의 결실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기획했다. 역사신학자 양순석 박사가 인류 구원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한민족의 영적 정체성과 사명을 재조명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민족적 자긍심과 인류 평화 실현의 사명감을 되살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편집자주>

◆1943년, 역사의 전환점에서
1943년 음력 1월6일, 평안남도 안주. 한반도는 일제의 칼날 아래 신음하고 있었다. 신사참배를 강요당하던 교회들은 침묵하거나 순교를 택했고, 민족의 숨결은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같은 때, 태평양 저편에서는 전쟁의 포화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과달카날 전투에서 일본군이 처음으로 패배를 겪으며 전세가 연합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세계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 역사를 바꿀 탄생이 조용히 일어났다. 1943년 음력 1월 6일, 평안남도 안주. 홍순애 대모님의 품에서 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성자(聖者)가 태어날 것”이라던 하늘의 계시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남성 중심의 종교 전통 속에서는 여성이 그러한 섭리적 사명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늘부모님은 “주님의 딸”이라는 환시와 “하늘의 신부가 되실 분”이라는 증거를 통해 이 아기가 바로 6천 년 섭리 역사가 기다려온 독생녀임을 계시했다.
누가 알았을까? 이 작은 생명이 2천 년 기독교 역사와 수천 년 한민족 역사의 결실이 될 줄을. 마치 두 개의 거대한 강물이 수천 년을 흘러 한반도에서 하나로 합쳐지듯, 서방 기독교의 신부 영성과 동방 한민족의 고유 영성이 이 땅에서 만났다.
서방에서 발원한 강: 기독교 2천 년의 신부 영성
서방에서 시작된 강물은 기독교 2천 년의 신부 영성이다. 이 강물의 발원지는 3세기 초기 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렉산드리아의 신학자 오리게네스는 구약의 아가서를 읽으며 놀라운 통찰을 얻었다. “이것은 단순한 연애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우리 영혼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다.” 그의 해석은 교회를 넘어 ‘개인’이 신랑 되시는 예수님의 신부가 될 수 있다는 문을 열었다.
이 씨앗은 중세에 꽃피웠다. 12세기 베르나르는 아가서 강해를 통해 신부신비주의의 신학적 체계를 세웠고, 이후 힐데가르트, 메히틸트, 카타리나 같은 여성 신비가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그들은 환상과 계시 속에서 주님과 깊은 영적 합일을 체험했고, 자신을 ‘그리스도의 신부’로 고백했다. 특히 마르가리타 포레트는 1310년 파리 광장에서 화형당하면서도 신부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은 씨앗이 되어 후대에 더 순수한 신앙을 일깨웠다.
이처럼 중세 말까지 교회 안팎에서 꽃피운 신부 영성은 교황권의 부패와 형식화된 종교의례 속에서 점차 제도권의 억압을 받았다. 그러나 하늘부모님은 더 순수한 교회를 찾아 나왔다. 16세기, 종교개혁은 이 영성의 흐름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루터와 칼뱅을 통해 신앙의 자유가 열렸고, 이후 17세기 경건주의, 18~19세기 대각성 운동을 거치며 기독교는 형식을 넘어 내면의 영성으로, 제도를 넘어 순수한 신앙 공동체로 나아갔다. 그리고 1907년, 이 강물은 마침내 한반도에 도착했다.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된 대부흥 운동은 회개의 눈물과 성령의 불로 한국 교회를 뒤덮었다. 우치무라 간조는 “하나님은 조선을 사랑하며, 군대와 군함보다 능력이 더 강한 성령을 보내주셨다”고 증거하였다.
동방에서 발원한 강: 한민족 수천 년의 하늘 모시는 DNA
동방에서 시작된 강물은 한민족 수천 년의 영성이다. 한민족은 동방 문명권의 중심에서 하늘을 섬기는 문화를 이어온 민족이다. 고조선은 하늘의 뜻을 인간 사회에 구현하려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가졌고, 제천의식을 통해 하늘을 숭배하고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신라의 가배와 같은 전통도 하늘에 대한 경외와 감사의 표현이었다.
한민족의 DNA에는 하늘을 모시는 유전자가 새겨져 있다. 백의민족의 흰옷은 하늘 앞에 선 제사장의 순결을 상징했고, 새벽마다 정안수를 떠놓고 하늘께 기도하던 어머니들의 전통은 하늘부모님과 소통하며 살아온 민족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러한 신앙적 전통은 한민족이 하늘의 뜻을 좇는 민족으로 성장해 온 영적 기반이 되었다.
하늘부모님께서 서양에서는 독생자를 준비했다면, 동양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독생녀를 예비했다. 특별히 청주 한씨 가문은 섭리적으로 예비된 혈통이었다. 청주 한씨의 시조 한란은 신라 말 혹은 고려 초의 인물로, 후대의 전승에 의하면 그는 ‘하늘의 명을 받아 내려온 천손’으로 묘사된다. 이 가문에서 조한준 할아버지와 조원모 할머니, 홍순애 대모님으로 이어지는 독생녀를 맞이하기 위한 정성이 쌓였다.
홍순애 대모님은 1932년 이용도 목사의 부흥회에 참석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용도 목사는 “나는 주님의 신부요”라고 고백하며 아가서의 신비를 체험한 한국 최초의 신부신비주의자였다. 대모님은 그의 설교에 감동받아, 재림주를 맞이하기 위한 순결하고 분별된 신앙생활에 모든 것을 바쳤다. 대모님은 이용도 목사의 예수교회, 김성도의 성주교단, 허호빈의 복중교로 이어지는 신령집단에서 재림주와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이어갔다.
1943년, 두 강물이 하나 되다
1543년 장 칼뱅의 종교개혁, 그로부터 정확히 400년. 1943년, 역사는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 기독교 2천 년의 신부 영성과 한민족 수천 년의 하늘 모시는 영성이 한반도에서 하나로 만났다.
오리게네스가 뿌린 신부 영성의 씨앗, 중세 신비가들이 피운 순결의 꽃, 종교개혁이 열어준 자유, 평양 대부흥에서 당겨진 신령 역사의 불길, 이 모든 영성 운동이 1930년대 신령집단으로 수렴되었고, 홍순애 대모님의 정성과 만나 열매를 맺었다. 바로 독생녀 한학자 참어머님의 탄생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하늘부모님은 6천 년 섭리 역사를 통해 이 순간을 준비했다. 유대민족으로 독생자를 보내셨지만,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하늘은 기독교를 세워 2천 년 동안 신부의 영성을 길러왔다. 한편 한민족을 선민으로 예비하고 수천 년 동안 하늘을 모시는 민족성을 형성했다. 그리고 20세기 초, 두 흐름이 한반도에서 만나 신령 운동으로 폭발했다.
양순석 역사신학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 이재명 대통령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https://img.newspim.com/news/2025/10/27/251027110345640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