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無等山)을 보며>
서정주의 시 ‘무등을 보며’ 뛰어넘지 못할 바에
무등산의 시는 쓰지 말자
그 말에 못이 박혀 우린 무등산을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한다
내외에 가족들에게 가려버린 무등산,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닿지 못한 산이다
차라리 가족들을 버리고 달려가면
산이 내게로 오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른 초등학생 딸에게
무등이 뭐지 물으면
“엄마는 그것도 몰라
엄마가 무등 태워줬잖아”
어 큰일이네
무등산이 내 목에 갇혔구나
이젠 몸의 근육을 풀어버리고
몸을 버리고 그렇게 훨훨 산으로 만나자
깨끗하게 마음을 벗어 던지고
그냥 손톱만큼도 시인도 없이
그렇게 만나자
“엄마 그러면
아저씨와 아줌마들을 만나는 거야”
그래 세계가 와서 구름처럼 넘나들며 만나는데
남과 북이 못 만나겠니
무등산에 올라갔더니
이 애미나이 갓나 새끼
동무 핑양 함깅도에서 왔구만요
북이 산을 따라 내려왔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