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우유를 찾는 고객들이 늘며 멸균우유 수입량이 사상 첫 4만 톤을 돌파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산 우유의 관세가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어서 수입 물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4만 8671톤으로 전년(3만 7361톤)보다 30.3% 늘었다.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9년 처음으로 1만 톤을 돌파한 뒤 5년 만에 4배 증가했다. 올해 수입량은 5만 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수입산 멸균우유를 선호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입 멸균우유 평균 가격은 e커머스 기준으로 ℓ당 1000원이다. 국내산 신선우유 평균 가격이 ℓ당 3000원대인 것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산 신선우유의 유통기한은 11~14일로 짧은 반면, 수입 멸균우유는 최장 1년에 달한다. 국산 멸균우유(평균 12주)보다도 유통기한이 훨씬 길다.
특히 저가형 카페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산 우유 납품가격이 상승하는 점도 수입산 우유 수요를 늘리고 있다. 현재 자영업자 카페에서 납품받는 서울우유, 매일우유, 동원F&B의 덴마크밀크, hy우유 등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한 통(500㎖) 당 1600~1800원에서 2000~2200원으로 인상됐다.
수입산 멸균우유 판매·유통사는 카페를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6개월 간 우유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거나 판촉 행사로 가격을 할인해 저가형 카페를 공략하고 있다. 지금은 카페 매장들 중에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미국, 유럽산 우유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져 내년에는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멸균우유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수입산 멸균우유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넘어 ‘친환경’ ‘프리미엄’ ‘A2 우유’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