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은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치중했던 미국의 비확산 전략에 새 선택지가 추가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꺼려왔던 핵 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것은 경우에 따라 이란과 같은 지하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는 북한에도 적용할 전례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칼집에 꽂아둔 칼’ 확인한 조치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APS) 부회장은 이날 공습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힘을 통한 평화 원칙을 내세운 억지력 회복’의 구체적 양상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습은 적대국들에게 ‘칼집에 들어 있는 강력한 칼’의 효과를 각인시킬 수 있다”며 “특히 핵 무기를 고집하는 북한을 향해 이제부터 미국은 단호하게 행동할 능력과 의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전달한 암묵적 메지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란 핵 시설을 노린 미국의 공습은 기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방식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제레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22번 군사적 위협을 가했지만 실제 무력 사용으로 이어진 건 2번”이라며 “이들은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등의 보복 위험성이 낮은 경우로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 무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이란에 대한 공습을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 상황이란 뜻이다.
중동 확전·보복 우려에도 “공격” 명령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활용한 사례는 핵과는 무관했다. 그는 2017년 시리아에 대해선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공군기지 등을 공습했고, 2020년엔 미군 공격에 연루됐던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드론 암살 작전을 승인했다. 당시 시리아는 보복 능력이 없었고, 솔레이마니 암살 전엔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이란의 대응이 제한적이고 억제할 수 있다”는 보고를 수차례 받은 뒤에야 공격 명령을 내릴 정도로 신중하게 결정됐다.

이날 전격 실행된 군사 작전에 대해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공습 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소모전을 벌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반격 능력이 약하다는 것과 보유한 무기를 대부분 소진한 것을 확인했다”며 “방패막을 자처하며 이란의 능력을 대신 확인해준 이스라엘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크로닌 석좌는 이어 “만약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로 이어질 경우 트럼프의 관심은 아시아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보유국” 지칭된 북한…“위기이자 기회로 인식”
ECFR가 분석한 22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대응 시사 발언 중 7차례가 북한에 대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실제 군사력 동원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과거 서로를 향해 ‘핵단추’ 옵션을 꺼내보이며 위협했지만, 상호 ‘말폭탄’은 모순적으로 3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2기 정부 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핵심 참모들은 북한을 여러차례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고 있다. “핵 보유가 임박했다”던 이란과는 다른 위상이다.
맥 셸리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북한은 공습의 대상이 된 이란과 달리 스스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란이 보유하지 못한 핵무기는 물론 이를 실어 미국을 직접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김정은 정권은 오히려 핵능력을 끌어올리고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것이 정권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공습 이후 ‘도미노’ 안보 위기 초래될 수도”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력 동원을 검토하게 되더라도 “초기에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억지력을 현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도 “‘당근과 채찍’이 결합된 협상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에게는 우선 핵무기 시설의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부터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당근에 해당하는 제재 조치의 일부 해제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실패한 회담을 경험한 뒤 핵시설 타격 등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진행해왔다”며 “실제 공습을 확인한 북한은 핵고도화와 함께 미국에 부담을 줄 중·러와 밀착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특히 미국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미 관세 담판을 통해 이미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더해 대만과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확대하며 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 공습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동아시아 전체 안보를 도미노처럼 뒤흔들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토 회담·관세 협상 앞두고 돌출한 변수
외교·안보 상황과 관련한 트럼프 정부의 최근 맥상 속에서 이란에 대한 공습을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정부는 다음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와 다음달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5%로 올리라고 요구했다”며 “직후 이뤄진 공습과 이후 안보 불안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