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노동시장 차별 철폐, 경쟁 촉진이 선행돼야

2025-03-11

노동(고용)시장 차별은 노동경제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노동시장에 차별이 존재하면 차별받는 당사자에게 고통일 뿐만 아니라, 차별로 인해 기회가 사라진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할 수 있다. 결국 국가 경제에도 노동력의 질적 저하라는 손해가 발생한다. 노동시장 차별은 사회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노동시장 차별을 줄이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하게 노력해 왔다. 미국은 성(性)이나 인종·종교·장애 등의 이유로 불리한 입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쿼터 할당 혜택을 부여하는 차별철폐조치(affirmative action)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남녀고용평등법도 노동시장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부 노력의 결과물이다.

노동시장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차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어느 기업의 채용 결과 만을 놓고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백인 또는 남성의 채용 비율이 높은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이 기업의 유색 인종 또는 여성에 대한 차별 때문에 뽑힌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해서 우수 인재를 선발했는데 우연히 이들의 비율이 높았던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 2017년 국내 기업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지원자의 출신 지역·학력·연구 성과 등을 채용 과정에서 노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이후 민간 기업으로 확산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중은행이 2015년 있었던 채용에 대해 선발 절차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은 제한된 정보로 인해 구직자의 직무 전문성과 경쟁력을 판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핵심은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배치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이다. 차별하는 기업은 이러한 성공을 달성할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기업은 법보다 시장의 심판을 훨씬 더 무섭게 느끼게 마련이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야말로 궁극적인 차별 철폐 정책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느 은행 사례와 같이 이미 10년이 지났음에도 과거에 매몰돼, 기업과 경영인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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