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2의 고향인 라건아 “은퇴도 한국에서 하고 싶다”

2025-08-12

라건아(36·한국가스공사)는 어색하지만 분명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건아입니다”고 인삿말을 건넸다.

한국 농구 최초의 귀화선수인 라건아는 1년 만에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KBL로 돌아왔다. 코트에선 외국인 선수 신분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한국 선수다. 라건아가 본명인 리카르도 라틀리프 대신 자신이 직접 작명한 라건아로 소개한 배경이다.

라건아는 12일 대구실내체육관 인근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게 목표”라면서 “다른 구단들도 제안을 했지만 한국가스공사가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웃었다.

라건아는 2012년부터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삼성, 부산 KCC 등에서 12년간 활약한 선수다.

삼성에서 뛰던 2018년 특별귀화선수로 한국 국적을 얻은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2024년 KCC·대한민국농구협회·KBL이 엮인 ‘4자 계약’이 완료돼 특별귀화선수 지위를 잃었던 그는 중국(창사)과 필리핀(매그놀리아)에서 잠시 활약했다. 그리고 올해 라건아는 한국가스공사에서 자신에게 영입을 제안하자 한국에서 농구 선수로 마침표를 찍을 기회라는 판단 아래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라건아는 “난 프로 선수로 커리어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그 마지막도 한국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내도 미국보다 한국을 좋아한다. 딸은 아예 한국에서 태어나 이 곳이 고향이다. 내가 다시 한국으로 간다니 모두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라건아의 진심은 그의 KBL행을 가로 막았던 세금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에서 드러난다. 그는 전 소속팀인 KCC 시절 받은 연봉과 인센티브, 우승 보너스 등 미납 세금만 2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라건아는 KCC와 미납된 세금을 누가 책임지냐는 다툼 대신 스스로 지불하면서 한국가스공사행을 결정지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라건아는 에이전트를 통해 9월초까지는 세금 문제를 해결진다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라건아도 “(세금 문제는) 걱정은 안 한다. 시즌 준비만 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라건아가 한국가스공사에 합류하면서 2025~2026시즌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활동량과 높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검증된 선수로 여전히 잘 뛰고, 슛도 좋다. 리바운드과 속공도 잘해주겠지만 득점도 많이 기여했으면 한다. 부상만 안 당하면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라건아가 쏟아낼 신기록도 관심의 대상이다. 라건아는 “개인 기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서장훈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통산 득점 1위(1만 3231점)에 1888점이 부족한 2위다. 리바운드는 이미 6567개로 서장훈(5235개)을 뛰어넘은 1위다.

라건아는 자신을 끝으로 실종된 귀화 선수 문제를 돕겠다는 의지와 함께 조언을 남겼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라건아 이후 여러 선수와 접촉했지만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귀화 선수 없이 아시아컵에 참가했다.

라건아는 “2015년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윌리엄 존스컵에 참가할 때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처음으로 애국심을 느꼈고, 귀화를 추진하게 된 동기였다”면서 “혹시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다른 선수를 찾고 있다면 나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이 과정을 내가 잘 알고, (추천할) 선수들도 잘 안다. 개인적으로는 돈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퇴한 미래에는 이 쪽으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조언을 한다면 (협회가) 선수들의 문화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선수에게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 한다. (라건아는 귀화 선수로 6년간 활약할 경우 국내 선수로 대우받는다면 구두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KBL 진출을 추천했더니 (이 부분을 우려해) 거절한 선수들도 있었다. 이 문제는 언제든지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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