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4년 1월 8일, 인조실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새벽 3시경 남동 방향에 불빛 같은 기운이 나타나, 4~5시 북동·남동·남서쪽에서 반복해 출현했다.’ 1626년 3월 4일에도 ‘초저녁에 북동·북서에 불빛 같은 기운이 일어났다’고 기록했다. 태양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와 맞물려, 관상감에서 보고한 건 오로라였을 가능성이 크다. 하늘에 펼쳐진 빛의 커튼이 조선 하늘까지 밀려 내려와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그 광경 앞에 가슴이 뛰었을 이들을 떠올린다. 필자는 그 장관을 직접 본 적이 없다. 과학으로 이해할 뿐.
태양에서는 고에너지 입자가 쉴 새 없이 날아오지만, 지구 자기장이 막아준다. 하지만 에취, 하고 재채기하면 형편이 달라진다. 우리 입에서 비말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태양에서 입자의 폭풍이 몰아치면 더 버티지 못하고, 자기장에 갇힌 에너지가 분출된다. 지구 자기장은 고무줄 가닥 같다. 그 가닥들이 늘어나 팽팽해졌다가 한순간 툭, 끊겼다 이어지면 폭발하듯 튀어나온 입자들이 대기에 충돌해 강렬한 빛을 낸다. 지자기 남북극은 사과 꼭지와 배꼽처럼 생겼는데, 거기에 퍼붓는 입자들이 소나기처럼 거세다. 그래서 에너지로 충전된 산소 원자는 초록·빨강, 질소 분자는 자색으로 밤하늘을 가슴 시리게 물들인다. 오로라는 그렇게 일어난다.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한국천문연구원의 ‘로키츠(ROKITS)’가 실렸다. 이 카메라는 초록과 빨강·가시광 전 파장을 보는 3개의 눈으로 오로라가 지역적으로 어디서 어디까지 나타나는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한다. 400년 전에 관상감 역관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붓과 먹으로 기록을 남겼지만, 그 후예들은 600㎞ 상공에서 하늘을 내려다보며 오로라의 원리를 캔다. 만일 타임머신이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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