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굉음·진동 뿜으며 상승
페어링과 단 분리 등 정상 수행
예정보다 3분 빨리 고도 안착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27일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이렇다 할 밝은 조명을 찾기 어려운 외딴 해안가인 이곳에서 갑자기 태양 같은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불덩어리는 주변 야산을 환히 비추더니 이내 검은 하늘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동시에 지면과 공기를 통해 전해진 강력한 진동이 몸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귀청을 찢을 듯한 엔진음이 밤공기를 파고 들었다. ‘지축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이 압도적인 상황을 만든 주인공은 4번째 발사된 누리호였다.
누리호가 이륙한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와 프레스센터 거리는 약 3㎞였다. 도보로는 40~50분이 소요되는 꽤 먼 거리다. 그런데도 누리호 엔진이 뿜는 힘은 사람의 혼을 쏙 뺴놓기에 충분했다.
길이가 47m에 이르고, 중량 역시 200t에 달하는 거대한 누리호는 예정된 비행 경로를 따라 속도를 높였다. 누리호는 발사 뒤 2분2초 만에 1단을 분리했다. 연료를 다 쓴 부위를 버리는 것은 로켓 공학의 일반적인 원리다. 누리호는 총 1~3단으로 이뤄져 있는데, 첫 번째 단 분리에 성공한 것이다.
누리호 1단 분리 때 고도는 65㎞였다. 보통 이 정도 고도에 뜬 물체를 육안으로 보기는 힘들다. 국제선 여객기 고도(약 10㎞)의 6배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발사는 야간에 이뤄져 달랐다. 낮에 시행된 지난 1~3차 발사보다 누리호 꽁무니의 엔진 화염을 더 오래 볼 수 있었다. “고도가 200㎞를 넘었다”는 나로우주센터 장내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누리호 엔진에서 나오는 노란 화염은 밤하늘의 밝은 별처럼 명확히 식별됐다.
1단 분리 뒤 누리호는 예정대로 비행 절차를 차근차근 이어갔다. 발사 3분50초 뒤 고도 211㎞에서 ‘페어링’이 분리됐다. 페어링은 누리호 3단 머리 부위에 달린 지붕 모양의 금속 덮개다. 내부에 실린 위성을 공기와의 마찰열 등에서 보호한다.
위성 투입 시점이 다가오는 높은 고도로 상승하고 나면 페어링은 두 쪽으로 분리돼 우주에 버려진다. 페어링이 날아가면서 누리호는 본격적인 위성 투입 준비에 나섰다.
이어 누리호는 발사 뒤 4분23초, 고도 263㎞에서 2단까지 분리했다. 이제 누리호에 남은 동체는 3단뿐이었다.
3단은 누리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다. 누리호가 지구를 박차고 우주까지 날아온 핵심적인 이유가 3단에 실린 위성의 운송이기 때문이다. 누리호 3단은 발사 뒤 12분21초, 즉 고도 600㎞에서 위성 투입을 시작했다.
누리호 3단에서 극저온과 무중력, 진공이 지배하는 지구 궤도로 가장 먼저 뛰어든 ‘퍼스트 펭귄’은 차세대 중형위성 3호였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어댑터’라고 부르는 일종의 연결 장치에서 떨어져 지구 궤도로 나아갔다.
그 뒤를 초소형 위성(큐브위성) 12기가 따랐다. 초소형 위성들은 작은 터널처럼 생긴 길쭉한 관에서 튀어 나가듯 지구 궤도로 떠났다. ‘사출’이라는 과정이다. 2기씩 짝지어 약 20초 간격으로 이뤄진 사출은 발사 뒤 15분14초 만에 모두 끝났다. 4번째 누리호 임무가 종료된 순간이었다. 우주센터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누리호 3단은 위성을 지구 궤도에 모두 내보낸 뒤에도 한동안 비행을 이어갔다. 위성과 거리를 충분히 벌려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는 기동이었다. 그러다 발사 18분25초 뒤, 누리호는 모든 비행을 종료했다. 예정(약 21분)보다 약 3분 일찍 비행을 마친 것이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누리호 엔진 연소 성능이 추정 값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며 “짧은 시간 연소했지만 목표로 한 궤도에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예측보다 속도가 조금 더 났지만, 임무는 이상 없이 달성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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