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의 발사지휘센터(MDC)와 발사관제센터(LCC)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누리호 4차 발사 임무의 핵심 관계자 60여 명이 서로 얼싸안고 성공을 자축했다. 발사 직전 엄빌리컬(연료 주입관) 센서 신호에 이상이 생겨 발사 시각을 론치윈도(발사 가능 시간대) 한계인 오전 1시 13분까지 늦췄던 터라 모두가 가슴을 졸이던 상황이었다. 근심도 잠시 하늘로 날아오른 누리호는 단 한 차례의 이상 없이 18분 25초간 비행해 탑재 위성 13기를 각자 궤도에 안착시켰다. 현장에 있던 최창호 항우연 우주추진연구부장은 “2009년 시작된 나로호까지 통틀어 지연 없이 발사에 성공한 최초 사례”라고 전했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주인공인 한화에어로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우주기술력과 전략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이정표가 됐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으로 발사체 엔진 고도화와 중대형 위성 발사 주권 확보, 발사 신뢰도 향상과 정부의 지원 기반 마련 등 네 가지 성과에 주목한다. 우선 누리호는 600~700㎞ 높이의 태양동기궤도(SSO)에 2.2톤 무게를 쏘아올릴 수 있는 실성능을 검증받았다. 2021년 1.5톤급을 시작으로 네 차례 발사를 거듭하며 1.9톤급을 거쳐 2.2톤급까지 기술 수준이 성숙해진 것이다.
이는 미국·중국·러시아에 이은 4대 우주 강국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의 주력 발사체 ‘베가C(2.3톤급)’와 맞먹는 성능이다. 게다가 이번 누리호는 당초 계획보다 비행시간이 소폭 단축되고 그만큼 더 높은 엔진 추력을 발휘한 만큼 실질적인 탑재 중량도 2.2톤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추력은 공식적으로 1단 엔진 기준 300톤이지만 이번 발사에서는 수% 더 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우연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확한 이유를 찾을 예정이지만 우선 한화에어로가 담당한 발사체 제작 품질의 영향이 꼽힌다. 최 부장은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발사체도 제작 역량에 따라 실제 품질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한화에어로가 양품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성능을 바탕으로 한국도 비로소 수백 ㎏이나 수톤짜리 중대형 위성을 스스로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 주권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선 누리호 발사에서 가짜 위성이나 수십 ㎏짜리 소형 위성만 탑재했던 반면 4차 발사에서는 처음으로 500㎏짜리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를 쏘아올려 중대형 위성 발사 역량을 확인하면서다. ‘스타링크’ 같은 군집 위성이 아닌 이상 관측·통신·국방 등 주요 임무를 위한 핵심 위성은 중대형 위성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르면 다음 달 1일 베가C에 실려 발사될 ‘아리랑 7호’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그동안 아리랑·천리안 시리즈 등 중대형 위성을 다수 개발하면서도 정작 이를 궤도로 올리기 위해서는 외세에 의존해야 했던 한계를 벗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차세대 중형 위성은 제작 공정을 규격화해 양산할 수 있게 개발된 이른바 ‘플랫폼 위성’ 시리즈인데도 정작 앞선 1·2호는 러시아 발사체에 의존하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영향으로 임무 투입이 수년씩 지연된 바 있다. 아리랑 6호 역시 비슷한 문제로 내년 상반기로 발사 일정이 밀린 실정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중대형 위성 하나를 만드는 데 수천억 원이 든다”며 “누리호 성능은 명목상 2톤 이상도 실을 수 있지만 아직 신뢰도가 안 쌓여서 이를 맡기기에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처럼 아직 부족한 누리호의 신뢰도도 4차 발사를 통해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 계산으로 성공률이 66%에서 75%로 올라간 것은 물론 질적으로도 1~3차 발사가 실패하거나 지연된 원인이자 누리호의 고질적 문제인 ‘잔고장’을 처음으로 해결하면서다. 1차 누리호는 헬륨 탱크를 고정시키는 장치가 부력 계산 오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위성의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2차 누리호는 탱크 내 산화제의 양을 알려주는 센서 이상, 3차 누리호도 비슷하게 헬륨 공급 과정 중 밸브 이상으로 발사가 지연된 바 있다.
4차 누리호는 연료 주입관 회수 과정에서 센서 신호 오류가 있었지만 이 같은 잔고장을 성공적으로 통제하며 처음으로 차질 없이 발사됐다. 서울경제신문이 8월 방문했던 나로우주센터 누리호 조립동 현장에서는 항우연 엔지니어가 한화에어로에 탱크 센서를 쉽게 교체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 기술을 넘어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오답노트’가 순조롭게 민간에 전수된 덕에 이날의 발사 성공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성공이 국내외 주목을 받으며 국내 우주산업계 지원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낌없는 투자’를 약속한 데 이어 윤영빈 우주항공청장도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연장선에서 7차 발사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8차 이후부터는 적어도 매년 1년에 한 번 이상 누리호 발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2027년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끝으로 누리호 일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기술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씻겠다는 것이다. 민간 우주발사장도 구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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