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학자들 "이사 충실의무 확대안…법체계 혼란만 초래"

2024-10-15

【 청년일보 】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등 8개 경제단체와 한국기업법학회가 공동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15일 개최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개원 후 지난 7일까지 총 8건이 발의된 가운데, 기업법 관련 대표 학회의 전공 교수들과 전문가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기업에 대한 공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실상 없는 우리 기업들은 무차별적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투자자금으로 쓰일 소중한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대규모 장치산업 중심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경제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의 토리야마 쿄이치 교수는 일본의 경우 회사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와 위임계약의 법률관계를 맺음으로써 회사에 대한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지는 것이며, 이사가 주주에 대해 별도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사가 회사를 위한 선관주의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주주 공동의 이익도 구현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의 상법 개정 논란을 언급하면서, 일본 회사법과 한국 상법은 법 체계가 동일한데, 만약 한국이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의무를 지도록 법률을 개정할 경우 지금까지의 회사법 체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회사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므로 이를 인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들이 주주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회사법 위임 체계에도 맞지 않음을 지적했다.

박준선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법체계(대륙법계)와 완전히 다른 영미법계의 법리를 우리 회사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회사법은 법조문에 규정된 회사와 이사 간 엄격한 위임관계에 근거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인정하는 반면, 영미법계는 판례를 중심으로 신인의무(이사 충실의무 포함)를 인정해 왔기 때문에 그 태생부터 법리 체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세미나 토론의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주주 피해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도 아니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법에 이미 소수수주 보호 규정들이 구비된 만큼, 법체계를 훼손시키는 무리한 법 개정에 반대하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이사의 책임을 면제해 줄 '경영판단원칙'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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