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로 상업용 서비스를 위해 보행자 도로를 달린 로봇은 2019년 12월 로보티즈의 자율주행 기기 ‘개미’다. 로보티즈는 국내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등에서 실증 사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개미와 같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 일반 보도를 실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2023년 11월이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실외로 못 나가던 이동로봇이 실증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나서야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시행되며 족쇄가 풀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로봇과 휴머노이드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기술 개발과 실증에 나섰지만 기존 규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한국 로봇 산업의 혁신과 성장 속도를 제약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위한 지능형 로봇 개발 촉진법은 다른 규제를 양산하기도 했다. 법에 따라 실외 이동로봇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질량 및 폭 제한 △운행 속도 △겉모양 △동적 안전성 △비상 정지 △운행구역 준수 △속도 제어 △장애물 감지 △알림음 △등화장치 △방수 성능 △물리적 보안 △횡단보도 통행 △관제장치 △통신 장애 대응 △원격조작 등 16가지 인증을 받아야 하게 된 것이다.
안전 등을 위해 16가지 인증을 모두 받는다고 해도 실외 이동로봇이 외부에서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인증을 마친 16개 로봇은 경사로 최대 속도 제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통행 시 원격 승인 후 자율주행 등의 규제를 또 받고 있다.
이런 통제들을 따르더라도 자율주행 시험에는 도처에 제약과 장애물이 놓여 있다. 예를 들어 공원을 지날 때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원 관리 주체의 허가를 받아서 정해진 곳만 이동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 ‘실제 세상(Real World)’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핵심인데 준비된 무대를 달려야 하니 기술 발전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외 이동로봇이 부품을 교체하면 다시 로봇산업진흥원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마치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면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같은 곳에서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실외 이동로봇의 활용처를 넓히기 위해 공원에서 서빙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두 팔을 달면 또 운행 불가다. 한 규제 기관의 관계자는 “지능로봇법·공원법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로봇 팔의 길이나 안전성 등이 확인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에 질린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로봇을 상용화한 뒤 국내에 출시는 할 수 있을까. 국내 법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증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시 원점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실증 사업을 시작했던 2019년부터 지금까지 규제와 씨름하고 있는 사이 전 세계 상업용 서비스 로봇 시장은 중국이 장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 서비스 로봇 시장의 중국 업체 점유율은 84.7%에 달한다.
로봇 산업이 ‘규제의 만리장성’에 직면해 혁신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 재연될 우려는 높은 편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규제를 풀어 산업을 육성할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산업통상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가 각자 권한만 행사하면서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격차를 좁힐 수 없을 정도로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세우며 중국 ‘제조 2025’보다 6년이나 빨리 산업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탁상행정과 규제 편의주의에 빠져 로봇 산업 발전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에 여당이 앞장서 “향후 5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에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는 규제를 일거에 해소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메가 샌드박스’를 구축해 기존 규제 유예와 교육·인력·금융, 인프라 조성 등을 지원하는 총력전을 펼쳐야 미중의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로봇공학 전문가인 고경철 고영테크놀로지 전무는 “로봇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게 인프라 측면의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로봇 훈련소처럼 정부 차원의 공동시험장이나 테스트필드를 만들어 많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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