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발표한 RISE 사업의 전환산업 분야에 첨단소재, 친환경 모빌리티, 국제문화·관광산업과 함께 ‘디지털산업’이 추가된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매우 적절한 대응이다. 디지털이라는 기술과 전북이 가진 지역 가치를 연결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산업>이다. 출판산업은 정보와 기술, 그리고 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창의산업이며, 지식의 의미와 교육의 역할을 혁신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미래산업이다. 출판산업의 수준은 곧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전주는 조선시대 가장 발전한 출판문화의 중심지였다. 당시 전주는 한지 제작과 목판 인쇄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출판의 생산과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지역에만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거점 도시로서 전주의 위상을 확립하는 기반이 되었고 한양에서 출판된 ‘경판본(京板本)’을 능가하는‘완판본(完板本)’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내었다.
출판산업은 언제나 당대의 최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발전해왔다. 금속활자에서 인쇄기, 그리고 하이퍼텍스트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변화는 출판의 내용과 형식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출판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기술은 텍스트 생성, 데이터 분석, 독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에서 혁신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출판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종이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출판의 본질과 가치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출판산업의 성장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인문학적 통찰, 예술적 감각, 경영 마인드와 마케팅 전략이 함께 결합해야만 새로운 비전이 창출될 수 있는 복합산업이다. 미래의 고등교육 모델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학과, 자유전공, 소단위 전공(Micro Degree)에서 배출할 인문사회융합인재에게 가장 최적화된 산업인 것이다.
전주는 디지털 출판산업에 특별한 강점을 가진 도시다. 국책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실감미디어와 인공지능 등 출판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지역대학이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출판 전통은 디지털 시대의 지식 기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역사적 자산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공감과 지역 인재의 창의적 역량이 더해진다면, 전주는 과거를 보존하는 문화관광 도시라는 지역 정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디지털 출판의 중심지로 비상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기존 산업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전주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의 가치사슬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출판산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전통과 혁신, 지역성과 글로벌 비전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구한 출판문화와 첨단 기술이 결합한다면, 전주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지식과 문화의 허브 도시로 거듭날 것이며, 디지털 출판산업은 가능성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용욱 전주대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단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디지털 #출판산업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