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계 곳곳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혁신이 다가왔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계엄과 탄핵으로 시작된 정치 소용돌이에 진입했다. 트럼프의 재등장이 다양한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 로봇 분야는 어떤 상황이라도 지속 발전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우리 앞에 다가온 또 하나의 격변은 인간사회 곳곳의 로봇화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로봇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인간의 지위가 올라간 것이고, 그 사람들이 남긴 일은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인구·지방 소멸과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로봇 활용이 다른 나라보다 더 중요하다.
신년인 2025년부터 현재의 환경을 반영해 새로운 국가적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2005년에 정부 주도로 로봇종합발전계획을 만들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는 매우 다른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첫째, 그때는 중국 로봇 산업이 거의 없었지만 2015년부터 본격화된 로봇 발전은 9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두 번째, 그때는 국방 로봇에 대한 요구가 거의 없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방에서 로봇은 가장 핵심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세 번째, 그때는 로봇 도입이 화려한 첨단 기술과 미래 탐험에 해당했지만 지금은 현재의 절실함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바뀐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력의 길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로봇은 응용 분야별로 각각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야별 맞춤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집중할 분야들을 선택하고 그 분야의 기업들이 협력하는 협회회를 구성해 분야별 최적의 전략과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봄, 한국로봇산업협회는 가장 먼저 푸드테크로봇협의회를 시작했다. 푸드테크로봇 분야는 대표적인 서비스 로봇 분야이며 이 새로운 분야의 국가별 경쟁력은 크게 차이가 없어서 우리가 잘 준비하면 세계 최고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K푸드(K-Food)와 함께 수출 기회도 많으며, 그 시장 규모는 산업용 로봇 규모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는 로봇에 적합한 요리를 개발하는 작업 혁신, 식당 주방 공간의 로봇화 설계, 식사 공간의 서빙로봇과 청소로봇이 필요하고, 식품 공장에서는 로봇이 작업하기 쉽도록 재료를 만들어 내야 하는 노력 등이 요구된다.
이어서 국방력의 핵심 요소로 발전하는 국방로봇을 위한 국방로봇협의회가 11월에 푸드테크로봇협의에 이어 두 번째로 출범했다. 국방로봇은 부품부터 모두 국산화해야 하는 분야이고 외부와의 경쟁과 관계 없이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완성해야 하는 분야다. 여기서 개발되는 모빌리티 기술은 모바일 로봇이 필요한 물류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파급 효과를 가진다. 이제는 전투 분야뿐만 아니라, 힘든 조리병을 하지 않으려는 변화 등을 겪고 있는 국방 사회 전체의 로봇화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2025년에 3개의 새로운 협의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먼저 도시로봇협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강남구, 안산시와 함께 로봇을 통해 도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도시들과 함께 도시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로봇 분야를 찾고 기존 사회 시스템과 융합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분야별 협의회는 각각 독립적으로 최적의 계획을 만들어 협력해 나아갈 것이고 또 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1세기에 가장 떠오르는 바이오 산업 분야는 협의회를 별도로 만들지 않고, 현재 잘하고 있는 바이오협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발전 전략을 찾아낼 것이다. 한 단계 빨리 점프해야 하는 제조 분야에서는 첨단제조로봇협의회를 만들어 기존 기술의 '시스템 인터그레이터(System Integration)'에서 새로운 수요를 위한 '시스템 아키텍처(System Architecture)'로 도약하기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협의회를 먼저 추진할 것인지는 로봇 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절실함과 국가적 필요성을 검토해서 하나씩 시작할 계획이다.
로봇은 인류를 위한 기술이기에 다양한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 로봇을 활용하는 전략과 기술은 국가별로 다르고 로봇 밀도와 같은 로봇의 활용 수준은 바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우리나라는 로봇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정부 투자를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축적된 경험과 더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발전하는 2025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 jinohkim@gmail.com
〈필자〉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로보틱스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로봇개발팀장과 로봇사업그룹장을 거쳐, 1999년부터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로 22년간 근무했다. 산업자원부 지능형로봇기획단장,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위 지능형로봇분야 실무위원장, 로봇산업정책포럼회장, 로봇융합포럼 실무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정책 입안에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세계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로봇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조셉 엥겔버거 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반도체·바이오·덴탈 분야 로봇 전문 기업인 로봇앤드디자인을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2024년 2월에 한국로봇산업협회장에 취임,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