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D-25…시계제로 韓] 관세 폭탄 '속수무책'…가전· 자동차 등 수출 효자 '비상'

2024-12-25

'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20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이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10∼20% 보편 관세 부과 공약도 우리나라에 예외 없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대미 무역흑자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세를 회피하는 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점은 중국 견제로, 공급망 재편 때 중국 기업이 배제되고 우리나라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분명한 건 트럼프 2기 정부 핵심 기조는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에 부응하는 동시에,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가전·자동차, 위기와 기회 '동시에'…북미 거점 운용도 변화 불가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인 보편 관세 적용,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축소·삭제, 중국의 수출 우회로 차단은 국내 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기업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플레이북'을 수립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의 생산 기지 이전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지 않아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며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는 동시에 이익을 최대화하는 전략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업본부별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상황별 시나리오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부는 물론 외부 전문가와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대응하는 플레이북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폭이 넓은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25% 관세 폭탄이 예고된 멕시코에서 TV와 생활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당장 멕시코 생산기지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미국의 중국 제품 수입 차단 기조로 TV와 가전사업에서는 일부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TV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LG전자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가전의 경우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인프라 투자비를 일부 투입하더라도 향후 발생할 이익을 감안하면 생산라인 변화 가능성이 상당 부분 열려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멕시코 등 관세 인상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리스크에 직면했다. 아직 변화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세부적인 상황 변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대응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기대하고 조지아주에 76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입해 준공한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메타플랜트의 생산 계획을 변경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 생산량 일부를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지속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을 확정받았다. 투자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 이후 계약조건이 바뀌거나 추가 의무를 부과하는 등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차전지, IRA 폐지 여부 촉각…새로운 수요 창출 '지상 과제'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가장 부정적 영향이 큰 분야는 이차전지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대규모 보조금을 기대하고 현지 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인상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보조금 축소·폐지 의지를 밝힌데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 이차전지 수요까지 위축돼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IRA의 전면 폐지 가능성은 낮지만 상당폭의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IRA 조항 중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친환경 전기차 구매세액공제는 폐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구매세액공제가 중국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해온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이차전지 기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차세대 모빌리티 등 새로운 수요 창출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원가절감과 수출 다변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차전지 핵심 광물을 가공하는 설비 대부분이 중국에 있는 등 배터리 부품 전반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공급망 다각화도 필요하다. 미국이나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새로운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제 통상·중재 전문가인 박주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국 신정부 방침은 전기차 사회로 향하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이어서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은 시간을 번 셈이므로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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