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느그들 쫄았제?”…조국이 써먹은 권력의 언어

2024-10-15

사투리 어벤저스

선거판에 갑자기 부산 사투리가 날아올랐다. 4·10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부산 서면을 방문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평소에도 사투리 억양이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사투리는 더욱 과감해졌다. “제 고향에 온 만큼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 사투리로 경고하겠다”며 출신을 일부러 강조하기도 했다.

〈사투리 어벤저스〉에서 조국 전 대표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사투리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아주 잘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단지 해당 지역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인의 개성과 결합하고 상황과 어우러지면 그 말맛은 극대화된다.

15일 열린 국정감사장에선 경상도 중년 국회의원의 사투리가 화제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뉴진스의 팜하니에게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경북 안동·예천)은 진한 대구 사투리로 질문을 쏟아냈다.

김 의원의 사투리에 팜하니는 “정말 죄송한데 저 이해 못했어요. 죄송, 죄송, 죄송해요”라고 당황해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경기 안산병)은 “표준어로 하세요!”라고 거들었다. 살얼음판 같은 국정감사장이 잠시나마 웃음바다가 됐다.

국회에 유독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한 언어가 된 것도, 경상도 남성들이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에 “저는 표준어만 구사합니다”라고 하면서도 “입에 박힌 거를 뭐 달리 할 수가 없지 않나”고 당당히 말했다.

이번 화는 경상도 사투리 심화편이다. 사투리에 얽힌 정치·지리·문화 이야기다. 먼저 경상도식 화법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정치인들을 살펴봤다.

박정희,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경상도식 화법을 적재적소에 맞게 온·오프를 하고 다양한 변주를 보였다. 치밀하게 계산된 말맛의 힘은 대단했다.

경상도는 지역별 사투리 차이가 큰 곳 중 하나다. 부산·사천·대구·포항 출신 기자들과 함께 이를 확인해 봤다. 같은 경상도인데도 억양·말투는 물론 문화 차이도 컸다.

그 이유를 찾다 보니 무려 500여 년 전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사투리가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정면돌파형 경상도 화법…盧 “아내 버릴까”

먼저 최근 사례인 조 대표의 부산 사투리 활용법을 살펴보자. 그는 총선이나 대법원 선고 등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더욱 강하게 쓰는 경향을 보였다.

조 대표의 ‘전면적 사투리 전환’은 정치적 맞수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했다. 한 대표가 대법원 선고를 앞둔 조 대표를 겨냥해 “비례정당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 그다음 (비례대표) 승계를 금지하는 법안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맞받았다.

필자의 모교인 부산의 모 중·고등학교에서 서로 치고받기 전에 한 번쯤 던졌을 법한 익숙한 말이었다. 자녀 입시 비리로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절체절명의 위기.총선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상황에서 그는 왜 사투리 마케팅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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