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즈벡 고속철 뚫은 로템...유럽 진출할 인증도 땄다

2024-09-30

국내 유일의 고속열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유럽 철도시장 진출에 필수인 기술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급 고속열차 6편성(약 2700억원)을 처음 수출키로 한데 이은 두 번째 괄목할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독일의 공인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가 지난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현대로템의 국산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인 EMU-320 설계에 대한 ‘TSI(Technical Specification for Interoperability)기술인증'을 부여했다.

지난 2021년 TSI 인증 준비에 착수한 지 3년, 지난해 3월부터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부터는 19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EMU-320은 올해 운행을 시작한 KTX-청룡이 대표적이다.

EU는 회원국들 간에 열차 운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08년부터 철도시스템과 안전 등에 대한 ‘유럽 내 철도 운영 호환성 기술기준(TSI)’을 만들어 운영 중이며,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비유럽권 국가의 제조사들에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의 큰 진입 장벽이다.

해당 제조사가 유럽에 차량을 납품해도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만큼 충분한 생산 역량을 갖췄는지를 EU 회원국이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이 따져보는 것으로 이를 통과하면 TSI 인증이 발급된다. EU 회원국은 규모가 큰 철도 사업에선 대부분 TSI 인증을 요구한다.

만약 비유럽권 국가의 제조사가 운 좋게 유럽에서 열차 납품 건을 수주하더라도 TSI 인증이 없는 경우에는 이를 맞추기 위한 설계에만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납기 지연과 이에 따른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게 철도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특정 행사를 위해 긴급히 차량을 발주하는 경우에는 TSI 인증이 없는 회사는 납기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이집트 등 비유럽 국가에서도 고속차량에 대한 TSI 인증 여부를 입찰 평가에 반영하는 흐름이다. 현대로템이 지난 7월 입찰에 참여한 모로코의 고속철 공급사업 역시 차량 제조사에 TSI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또 향후 고속철도 수요가 증가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TSI 인증서가 입찰 참여 요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유럽 등지로 진출을 추진하는 현대로템으로서는 TSI 인증이 필수였던 셈이다.

현재 지멘스(독일), 알스톰(프랑스) 등 유럽 제조사 들 외에 중국의 CRRC가 TSI 인증을 일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히타치사가 TSI 인증을 가진 이탈리아의 안살도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유럽 진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TSI 인증은 크게 설계와 품질(생산) 두 부분으로 나뉘며, 이번에 현대로템이 획득한 인증은 EMU-320 설계에 대한 것이다. 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 실장은 “이번 인증은 우리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8량짜리를 유럽 기준에 맞게 설계하고 만들 역량을 갖췄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TSI 인증은 차량을 새로 개발할 때마다 매번 받아야 한다. 열차를 발주한 회사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수주를 하면 TSI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로템이 설계 부문의 TSI 인증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얼핏 기존에 개발·제작한 KTX-청룡을 그대로 준용하면 될 것 같지만, 차폭부터 유럽 기준과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이 3150mm인 반면 유럽 기준은 2850mm로 300mm가 작다.

이를 맞추기 위해 미세한 부품부터 시작해 화장실 크기까지 하나하나를 모두 TSI 기준으로 새롭게 설계하는 등 ‘한 번도 제작해보지 않은 전혀 새로운 규격의 차량’을 만들어내야 했다.

공 실장은 “사전평가를 해보니 KTX-청룡과 유럽 기준이 일치하는 비율이 20%가량밖에 안됐다”며 “이를 다시 유럽형 고속차량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630종의 도면과 209종의 기술문서를 새로 작성하고, 여러 차례 독일과 만남을 가지며 기술 설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직 품질 부분에 대한 TSI 인증은 받지 못했지만, 설계 인증만으로도 진입 장벽은 상당 부분 뚫었다는 게 철도업계의 평가다. 유럽에서는 체코, 폴란드 등에서 고속철도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해당 사업들의 입찰에 참여해 수주하게 되면 열차를 설계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TSI 품질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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