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강백호-로하스…키움 푸이그-카디네스 등
초강력 테이블세터 차리는 ‘리그 트렌드’ 화제지만
“1점 필요할 때 1점 내주는 타순 꾸릴 것”
화려함보다 ‘정석’ 집중하는 이범호 감독
‘2도영’ 카드는 일단 플랜B로 저장
프로야구 매시즌이 다른 것은 각팀의 구성 변화와 그에 따른 구도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시즌에는 선발진 골격을 바꾸고 나오는 팀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외국인투수 둘을 모두 바꾼 두산을 비롯해 대부분 팀이 선발진 강화를 화두로 정규시즌 준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여기에 미래 에이스감이자 즉시 전력감이기도 한 신인 투수들이 줄이어 입단했다. 리그 전체를 볼 때 마운드 높이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흐름 속 새 시즌이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될 지난해 양상에 변화가 생길 여지도 크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평균 OPS가 0.772까지 상승하며 직전 시즌인 2023년(0.712)과 비교해 타자 우위 야구가 두드러졌다. 올해는 ABS존·공인구 이슈와 함께 각 팀 투수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며 투수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꽤 생겼다.
시범경기부터 각 팀 ‘타순’도 화제다.
특히 ‘초강력’ 테이블세터진을 앞세우는 KT와 키움 라인업의 효용성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KT는 강백호-로하스, 키움은 푸이그-카디네스를 1, 2번타자로 내세울 예정이다. 이들은 보편적 시각에서는 3, 4번 타순에 적격인 이름이지만, 두 팀은 강한 테이블세터로 조금 더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에 반해 디펜딩 챔피언 KIA의 이범호 감독은 우선은 ‘정석’에 가까운 타순을 펼치려는 뜻을 나타냈다. 팀 내 최강 타자인 데다 기동력까지 갖춘 김도영을 지난 시즌에 이어 3번타자로 기용하는 기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주부터 시범경기를 이어가며 “1점이 필요할 때 1점을 낼 수 있는 타순을 꾸리려 한다”고 전했다.
재간둥이 박찬호가 주로 톱타자로 나서는 ‘전형적 테이블세터진’을 앞세우면서 강타선을 바로 뒤 중심에 붙이겠다는 뜻이다. 하위 타순에도 1점 승부일 때 1점을 낼 수 있는 줄기를 만들려는 생각을 담았다.
이범호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갑자기 사령탑이 된 초보임에도 즉시 정상에 오른 지난해 경험을 기억하되 올시즌 트렌드를 동시에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IA는 승률 0.613으로 정규시즌 우승에 쉽게 닿은 듯했지만 87승을 쌓는 동안 당연한 승리는 한번도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밖에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실제로 다른 팀과 붙어보면 전력 차이는 대부분 ‘종이 한장’ 정도”라며 “보기 좋은 타순을 짤 수도 있겠지만 결국 승패는 1점 내야 할 때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라진다. 1점을 낼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이후 타순 변화 여지는 늘 있기 마련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5일 시범경기 광주 삼성전에서는 김도영을 2번으로 끌어올리고 공격의 실타래가 쉽게 풀리자 타선 흐름에 따라 가져갈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할 뜻을 나타냈다. 1,2번 타자들의 출루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김도영을 앞으로 당겨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엔 나성범, 위즈덤, 최형우 등이 중심타선 해결사가 된다.
때로는 다재다능한 김도영을 타순 앞쪽에서 쓰는 것이 1점 야구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번 김도영’은 일단 플랜B다.
KIA는 올시즌도 우승 후보로 출발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우승 팀의 화려함보다는 강팀의 건실함에 더욱 더 집중하는 표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