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원화약세 조합 당혹스러웠다"…신영증권, 올해도 반성문 썼다

2025-12-30

“올해 한국 증시 강세를 전망했지만 적어도 작년 맘때쯤 코스피가 4000포인트대까지 조기에 상승하는 시나리오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김학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30일 발간한 ‘2025년 나의 실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도 증시를 되돌아보며 예측에 실패했거나 분석상 아쉬움이 남는 지점을 정리한 ‘반성문’을 내놨다. 이 증권사는 2022년 말부터 매년 같은 형식의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인간은 경험한 사실을 반영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수정해 나가는 적응적 기대의 동물인지라 이젠 5000포인트, 6000포인트 도달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주가 운동 강도를 가늠하는 것, 또 그 종착점을 예상하는 건 능력 밖의 영역이기 때문에 크게 자책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올해를 되돌아보면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라는 조합이 더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역사적으로도 코스피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 사례는 거의 없었기에 더 곤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달러 약세를 이끌던 대외 요인이 약화된 점이 있다”며 “과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동반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순매도가 나타났지만, 올해는 한국 투자자들의 대미 주식투자가 급증하면서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결과적으로 유럽과 일본의 재정·정책 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간과했고, 한국인의 미국 주식 선호가 환율에 미친 영향도 예상보다 컸다”며 “이로 인해 환율 전망에 실패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내년 달러 약세를 전망하며 “3년 연속 미국 성장률이 한국을 웃돌고 있지만, 한국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초 체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한·미 성장률 격차와 금리차 축소 같은 순환적 요인을 감안해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는 비달러 자산으로서 한국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와 테크 전략을 담당하는 강석용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반도보감’ 자료를 통해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며 “산업을 경쟁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병존의 관점에서 충분히 보지 못한 탓에 구글 텐서프로세서유닛(TPU)를 간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AI 시대 첨단 메모리에 시선을 고정하다 보니 기존 스토리지 영역에서 조용히 진행되던 변화를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TPU는 경쟁하면서 공존할 수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역시 서로 다른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한다”며 “기술과 산업은 언제나 하나의 정답만을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체감한 해였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부품을 담당하는 문용권 연구원은 “큰 변동성과 코스피를 밑돈 주가 수익률로 자책감과 무력감을 크게 느꼈던 한 해였다”며 “투자와 분석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나의 리서치 방법과 고민이 과거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에만 무려 12일이나 현대차(005380) 주가가 5%를 초과해서 상승·하락했는데 이런 변동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AI가 투자 환경과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다”고 했다.

건설·부동산·인프라를 담당하는 박세라 연구원은 “건설업 주가가 오를 때마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에 긍정적인 뉴스가 나와도 이면의 리스크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며 건설업 주가 상승을 끝내 믿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코스피200 건설업 지수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지난해 -15.7%에서 올해 84.9%로 급반등해 코스피 수익률(67.6%)을 웃돌았지만, 이를 확신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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