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칭송 저서에 ‘탄찬 시위대’ 그림 도용
도용 출판사 측 “책 전량 회수 뒤 폐기할 것”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은박 담요를 둘러쓰고 눈을 맞던 이른바 ‘키세스 시위대’ 그림이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책의 표지로 무단 사용된 데 대해 그림 원작자는 “민주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정헌 작가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작가는 “작품이 무단 도용되는 것도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원작을 훼손해 본래와 정반대의 의미를 담은 책 표지로 쓰였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건 작가 개인에게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추운 밤 추위와 눈과 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지켰던 민주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원작자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다 하겠다”고 했다.
이 작가는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관련해 “2025년 1월5일 새벽은 많이 추웠고 밤사이 내린 눈이 쌓였었다. 민주시민은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지켰다”며 “전날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히 자고 일어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서 펜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밤이 새도록 그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운 마음. 같은 곳에서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그리고 훈수나 조언 대신 온전히 응원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담아 완성된 그림이 바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해당 작품에는 은박 보온포를 두르고 밤샘 농성을 하는 시민의 모습이 담겼는데, 농성 당사자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의 천승훈 비서관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천 비서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남동 집회는 윤석열 체포 촉구를 위해 민주 시민들이 혹한의 추위에도 밤을 새우며 농성을 이어간 민주주의의 역사”라며 “그 숭고한 희생을 담은 그림이 극우세력의 책 표지로 쓰인 사실이 너무도 불쾌하다”고 했다. 그는 “저작권에 민감해야 할 출판사가 왜 키세스 시위대 그림을 도용해서 윤석열을 옹호하는 책 표지에 사용하는 것인가”라며 “조작된 거짓 자료로 여론을 선동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저암 출판사가 발간한 <혁명과 반혁명>은 이 작가의 그림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응원합니다’를 무단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혁명과 반혁명>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부정하는 ‘탄핵 반대’가 주요 내용인 책으로, 책의 인세 전액을 윤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에 기부한다고 홍보했다. <혁명과 반혁명> 저자 장영관씨는 지난 2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책을 회수해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