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편집국장>
▲시위(示威)는 많은 사람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하여 집회나 행진을 하며 위력을 나타내는 일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시위를 이렇게 정의하면서 민주화 시위. 반정부 시위를 사례로 들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21조에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만인소(萬人疎)와 같은 집단상소가 있었다. 유생들이 조정의 정책에 반발할 경우 1만여 명 내외의 서명을 받아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범국민 서명운동이다. 1823년 서얼(서자)에 대한 차별 없는 임용 요청, 1855년 사도세자 추존 청원 등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군사정권 통치 당시에는 ‘독재 타도’를 외치며 대규모 광장 집회와 거리 시위로 이어졌다. 비폭력 평화 행동도 있었지만 무장한 공권력에 맞서는 화염병 투척 등 폭력도 발생했다.
2016년 촛불집회는 평화적 방법을 통한 대혁명으로 세계가 감탄한 시위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며 시민들이 든 촛불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2024년 세계가 또다시 감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한밤중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대를 보내자 국민이 막아섰다. 국회는 그 덕분에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다.
국민은 맹추위에도 매일 국회 앞과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며 ‘내란 수괴’ 퇴진을 요구했다. 급기야 11일 만인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번 시위에는 아이돌을 응원하던 형형색색의 LED 응원봉이 대거 등장했다. K팝 대중가요가 ‘떼창’으로 울려 퍼졌다. 남녀노소·세대의 장벽을 허무는 축제의 장이 됐다.
시위 대열을 위해 여의도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음식과 음료를 선결제 하는 풍경도 목격됐다.
외신도 이 같은 시위 문화에 주목했다. BBC는 “한국의 시위 집회는 마치 야외 음악축제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K팝은 새로운 시위 현상의 중심에 있다”고 전했다.
이제 민주주의 축제 현장을 달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받아든 헌법재판소가 답할 차례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