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이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무지코리아)’에 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무인양품이 한국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롯데쇼핑이 추가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다이소 등 균일가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무인양품이 자금 조달을 통해 매장 추가 개점 및 가성비 상품 확대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무인양품의 유상증자 참여의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롯데쇼핑의 유상증자 규모는 2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인양품 최대주주인 일본 양품계획이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약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기존 주주인 롯데쇼핑에 참여 의사를 물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쇼핑도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유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에 설립된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국내에는 2004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무지코리아를 설립해 양 사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롯데쇼핑이 2022년 말 롯데상사로부터 무지코리아 지분을 인수했다. 2024년 8월 말 기준 무인양품의 자본금은 200억 원이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롯데쇼핑이 무인양품 유증에 나선 것은 최근 한국 내 무인양품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무인양품의 지난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18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진출 후 20여 년 만에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억 원에서 75억 원으로 307%나 급증했다.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 운동’으로 2019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2022 회계연도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성장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양품계획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해 같은 기간 일본 내 매출 증가율인 6.1% 큰 폭으로 웃돌았다. 다만 무지코리아는 순손실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며 지난 회계연도에도 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인양품은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국내 추가 출점 및 상품군 확대에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무인양품 오프라인 매장은 직영점 42개로 주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입점해있다. 판매 상품도 리빙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류, 스낵 등 다양하다. 일본 양품계획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한국에서도 매장을 오픈할 수 있는 상당한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헬스&뷰티를 핵심 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인양품이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가성비를 앞세운 유통 업체 간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는 500~5000원의 균일가로 전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다이소의 성공에 최근 이마트도 전 상품을 5000원 이하에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오케이 프라이스’를 론칭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 실적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브랜드인 무인양품에 추가 자금을 투입한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백화점과 마트·슈퍼 등 본업 경쟁력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3조 34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06억 원으로 같은 기간 27.5% 줄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가까운 마트·슈퍼는 2분기 적자폭을 더 확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잘되는 사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롯데쇼핑으로선 국내 사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최근 일본 제품에 대한 반감이 사그라들었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저렴한 물건을 사려고 할 때 무인양품을 선택할 만한 차별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