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구독권

2025-12-25

집집마다 배달돼 소비되는 구독 서비스의 원조는 신문과 우유다. 매달 꼬박꼬박 돈 내고 유·무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구독 서비스는 이제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어 음식이나 생필품뿐 아니라 택시·가전제품, 심지어 가구나 자동차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바야흐로 돈만 내면 뭐든지 구독할 수 있는 세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소비자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를 보면, 1인당 3~4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이 39.8%에 달했다. 가장 많이 경험한 구독 서비스는 단연 동영상 스트리밍(60.8%)이었다. 올해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9월 기준 누적 시청 수는 3억1420만회이다.

<케데헌>으로 새 역사를 쓴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WB) 디스커버리 인수까지 넘보고 있다. 전 세계 영화계에는 OTT에 종속될 것이란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 더 그렇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업영화 제작은 20여편에 그쳤다. 1000만 관객 영화도 없고, 2025년 박스 오피스 1위는 한국 영화가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차지했다.

영화 제작이 줄면서 선택지가 좁아진 극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엔 개봉 영화가 OTT에 올라오기까지 6개월~1년 정도 기간을 두던 홀드백(방영 유예 기간)이 무너진 것도 작용했다. 2020~2022년 매년 1000원씩 올라 1만5000원이 된 티켓값도 부담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극장까지 가는 사람이 준 것이다. OTT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가 됐다.

러닝타임을 순삭시키는 몰입감은 극장이 최고다. 극장에서 봐야지만 제맛인 영화들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 보니, 정부가 위기 타개책으로 ‘구독형 영화관람권’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극장 구독권을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하고, 관객은 1만5000원만 내면 영화를 네 번 볼 수 있다. 영화 제작도 극장도 함께 살리려는 구상인데, 영화팬들에겐 귀가 솔깃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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