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인사이트] 멜론 유튜브뮤직에 밀린 벅스, 지금 필요한 건 프리미엄 전략

2025-12-26

[비즈한국] 비즈한국은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Business Innovation Track)가 작성한 전략 리포트를 10여 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환점에 선 기업의 문제를 Z세대 시각으로 분석한 리포트를 통해 혁신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벅스(엔에이치엔벅스)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 온라인 음악 시장의 강자였다. 유료화 8개월 만에 회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랬던 벅스가 2025년 4월 기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1.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벅스에겐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는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는 음원 접근 방식이 ‘소유’에서 ‘구독’으로 전환됨에 따라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압도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원을 다운로드해서 휴대전화에 담기보다는 월정액을 내고 구독하는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편리하게 다가왔다.

그 배경은 기술적 기반, 정책,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총 세 가지 측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여전히 3G는 스트리밍 품질이 불안정했다. 이후 4G 및 LTE가 보급되면서 고품질 음원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가능케 하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구축됐다.

그와 동시에 2018년 정부가 ‘음원 묶음 다운로드 할인’을 전면 금지하면서 다운로드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소비자들도 경제적이고 접근하기 편한 구독 기반 소비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스트리밍의 편리성에 빠져들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노래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고, 파일 저장 부담이 줄어들고, 큐레이션 서비스로 선곡 고민도 줄여주니 소비자로서는 스트리밍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한 FLAC(고음질) 음원과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AI/ML(인공지능/머신러닝) 기반 추천 알고리즘은 국내 디지털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유튜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약진

두 번째 변화는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이다. 이는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에 구조적인 점유율 변화를 이끌어냈다.

유튜브 뮤직은 4500만 명이라는 국내 유튜브 MAU(월간활성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결합해 월 1만 4900원이라는 요금제를 제시했다. 공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은 미공개 곡도 음원처럼 들을 수 있는 데다가 국내 음악 스트리밍 요금제가 1만 원 내외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1만 4900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물론 유튜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2025년 5월 22일 사실상 자진 시정 권유 조치를 받고 조사가 중단되며 논란은 사라졌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스트리밍 시장 진입 초기부터 2024년 9월까지는 인상적인 MAU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024년 10월, 광고를 들으면 음원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한 후 10월 MAU가 전월 대비 45만 명이 증가하더니, 2025년 5월에는 359만 명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렇게 글로벌 플랫폼들은 ‘끼워팔기’ 내지 ‘무료화’ 등 각자의 장점을 통해 시장 확대 전략을 펼쳐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국내 음원 플랫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벅스의 흥망성쇠, 그 중에서도 망과 쇠

경쟁 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벅스의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벅스는 FLAC(무손실 음원)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하지만 대중은 고품질 음원보다 가격이나 편리성 등을 더 따졌다. 결국 벅스의 음질 차별화 시도는 특정 계층에 국한된 전략으로 MAU 확보나 점유율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벅스는 큐레이션 측면에서도 타사에 비해 AI/ML 기반 맞춤형 추천에서 인상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멜론은 DJ말랑이, 스포티파이는 Discover Weekly, 유튜브 뮤직은 Ask Music 등 고도화된 AI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큐레이션하고 있다. 큐레이션은 소비자들의 청취 경험 만족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플랫폼 연계에 있어서도 벅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은 하나의 생태계다. 멜론은 카카오, 지니는 KT와 함께 생태계를 구성했다. 반면 벅스는 NHN그룹 계열사인 간편결제 서비스 PAYCO와 생태계를 구성해 타사에 비해 시너지와 네트워크 효과를 강하게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벅스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매출은 2019년 849억 원에서 2024년 521억까지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2021년 56억 원에서 계속 줄어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적자가 6억을 넘어섰다.

벅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특이한 점은, 현재 B2B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16년 하우엔터테인먼트에 지분 70% 투자를 결정하며 음원 사업에 더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까지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제휴처와 협업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VOD 서비스를 활용한 공연 사업 추진 등을 모색했다. 2024년 기준 전체 사업에서 B2B 비중이 56.97%를 차지하고, B2C가 나머지 43.03%를 차지한다.

현재 벅스는 디지털 음악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시장 지위 약화’와 ‘수익성 압박’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B2C의 희망, 프리미엄화

벅스는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벅스의 장점이 시장의 기회와 적절하게 연계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B2C에서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멜론의 아성을 쫓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의 공격적인 전략, 그리고 차별화 전략 실패 등 벅스 내부적인 경쟁력 상실이 그 이유다. 이제는 1위 사업자의 압도적인 네트워크 효과와 자본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멜론과 같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독점해 사회적 청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멜론차트는 소비자들에게 유의미한 지표로 작용한다. 또 점유율이 높은 만큼 음원 유통 협상에서 우위를 갖고, 독점 및 선공개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보다 먼저 확보할 수도 있다. 점유율이 큰 회사는 더더욱 커지는, 벅스의 입장에선 눈물겨운 그들만의 선순환 구조다.

하지만 벅스는 비교적 일찍부터 FLAC에 투자하고, 고음질 인증 마크를 도입해 음질에 대한 기술적 우위와 노하우를 선점했다. 벅스가 현재 가진 첫 번째 강점이다. 스포티파이도 이제야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 외에도 필수 경쟁 요소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벅스는 이 분야에서 레거시를 가지고 있다. 선점 우위는 분명 존재한다. 벅스는 FLAC 음원 및 ‘프리미엄 듣기’ 상품을 2016년에 가장 먼저 도입했다. Hi-Res 인증을 받은 음원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벅스의 음질 수준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은 가격이나 UI/UX의 편리성을 중시하지만, 음질을 중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소비자층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프리미엄 구독에 기꺼이 돈을 낼 의사가 있다. 숫자는 적을지 몰라도 매우 충성도 높은 고가 소비자들이며, 수백만~수천만 원대 스피커나 앰프를 구매할 의향을 가진 소비자들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비스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무손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4년 28억 5000만 달러(4조 1000억 원)에서 연평균 14.1% 성장해 2032년에는 81억 달러(11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벅스는 2023년 평균 지속 사용 기간 523일로 국내 음원 앱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벅스의 장점이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따라서 벅스는 일반 스트리밍이 아니라 FLAC/Hi-Res에 특화된 최고가 요금제를 설계해 고급 오디오파일 전용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슈퍼팬들은 질 높은 콘텐츠라면 고가라도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음질 가치 기반 최고가 요금제를 신설해 객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음질 특화 하이엔드 플랫폼으로 명확히 포지셔닝하고, 점유율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고객의 ARPU 극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대중적인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비트레이트나 마스터링 정보와 같은 음질 정도 탐색 등 전문성에 특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전면 개편한다면, 틈새시장에서 확실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층이 같은 하이엔드 기기 제조사들과 독점적으로 연동 및 제휴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B2B 점유율 확대, 중소형 기획사 틈새시장 구축

벅스의 두 번째 강점은 이미 B2B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는 것이다. 벅스는 이미 B2C 시장의 한계를 인지하고, 단순히 음악 제작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유통 및 VOD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K콘텐츠 제작 및 유통 수요가 급증한 상황과 맞물려 벅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K팝의 글로벌 성장으로 음원 제작, 유통, 해외 라이브 스트리밍 및 VOD 솔루션에 대한 국내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K팝 해외 매출액(음반,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해외 공연)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1조 2377억 원을 기록했다. 또 K팝의 글로벌 팬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아티스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고성능 라이브와 VOD 솔루션을 요구한다. 이런 수요를 충족하는 엔터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아티스트와 전 세계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 ‘올인원 디지털 베뉴’ 운영사 비크는 18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K팝의 성장은 ‘음원을 만들어 유통하고, 팬덤에게 라이브로 전달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기술적, 사업적 B2B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멜론이라는 국내 최대 음원 유통망을 갖고 있고, YG PLUS는 YG 아티스트의 음원을 자체적으로 유통한다. 하이브 역시 위버스라는 케이팝 아티스트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한다. K콘텐츠 유통은 이미 많은 회사가 하고 있다.

그러나 엔터사들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사 아티스트의 유통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플랫폼에서 중소형 기획사는 후순위로 자연스레 밀린다. 또 음반 유통 비용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중소 기획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K팝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벅스는 이들에게 음원 제작 투자부터 유통, 국내외 라이브 스트리밍 및 VOD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K콘텐츠 유통/기술 솔루션 기업’으로 역할을 장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모기업 NHN의 계열사인 NHN Cloud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 트래픽 처리 기술 및 VOD 호스팅 솔루션을 제공받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처럼 자체 역량과 중소형 기획사들의 음원 유통 수요를 바탕으로 음원유통사업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벅스는 2020년대 들어 시장 점유율을 잃고 지속적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과거의 아성은 사라진 모습이다. 다만 분명 벅스만의 장점과 시장의 기회는 존재한다. B2C 서비스의 리포지셔닝과 중소형 기획사 전문 B2B 원스톱 솔루션은 벅스에게 현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강민규 (창의기술경영학과·경영학과 20)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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