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모르쇠·늦장' 공시 10년 새 최대

2024-12-27

올해 국내 상장사들이 늦장 공시를 하거나, 번복·취소하는 사례가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성실공시는 기업이 주요 경영사항을 제때 공시하지 않거나 이를 번복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 되거나 지정된 건수는 499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381건)에 이어 최대 기록을 2년 연속 새로 썼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매년 등락이 나타나지만 우상향하는 추세다. 코스피·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지정 건수는 지난 2014년 182건, 2015년 192건, 2016년 228건, 2017년 200건, 2018년 300건, 2019년 358건, 2020년 362건, 2021년 322건, 2022년 228건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제때 경영 사항을 공시하지 않거나(불이행) 이미 공시한 내용을 뒤집고(번복) 바꾸는(변경) 상장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거래소는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상장법인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한 뒤 이의 신청을 받아 지정 여부와 부과벌점, 제재금의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 예고 이후 결정 결과가 공개되기까지는 약 한 달이 소요된다.

해당 제도에서는 벌점에 따른 제재가 핵심이다. 코스피에선 부과 벌점이 누적 10점 이상, 코스닥에선 8점 이상이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당일에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최근 1년간 벌점이 누적 15점 이상이면 코스피에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코스닥에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관리종목 지정 후 1년 이내 다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에 돌입한다. 불성실공시 사실이 공표되고, 해당 법인 공시 담당자 교육도 이뤄진다.

불성실공시 사유를 보면 불이행과 번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코스닥 상장사 홈센타홀딩스는 2022년, 2023년, 올해 초 각각 지급한 현금배당을 취소한다는 공시를 지난 10월 제출했다. 배당 이익 산정 과정에서 착오로 지급된 것으로, 사실은 배당가능 이익이 존재하지 않아 실시된 배당이 무효라는 이유에서다. 잘못 지급된 배당금 규모는 총 38억820만원으로, 회사 측은 주주들에게 계좌로 돈을 돌려보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결국 홈센타홀딩스는 공시번복으로 이달 초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더불어 벌점 8점을 부여받아 하루 거래 정지됐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해 이달 초 불성실공시법인이 됐다.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제동을 걸자, 결정 일주일 만에 전격 철회했다. 아울러 공시불이행으로 벌점 6.5점이며, 제재금 6500만원도 부과받았다.

의류 생산 업체 엠에프엠코리아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지난 2월 체결하고 이를 약 두 달 뒤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후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미뤄 또다시 불성실공시법인이 됐다. 결국 최근 1년 사이 누적 벌점이 15점을 초과한데다 올 상반기 제무제표 감사의견 거절,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꼽혀 상장 폐지 기로에 선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성실공시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강력한 제재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제재 규정상 공시 의무 위반 제재금은 최대 10억원에 불과하고, 실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상장폐지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보면 불성실공시는 주가 왜곡을 일으켜 투자자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제재금 수위를 높이는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공시는 기업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는데, 부정확하게 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게 된다"며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불성실공시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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