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된 트럼프·김정은 만남…파주 지역 "기대 없었다" 냉랭
"우리나라에 500조원 넘는 투자 강요...믿기 어려운 인물"
[파주=뉴스핌] 신수용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첫날 29일 판문점이 있는 경기 파주 지역은 평온했다.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인 임진각에는 가족과 반려동물과 함께 찾은 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지역 경제와 경직된 남북미 관계를 개선할 묘안으로 평양이나 판문점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에 대해 "기대감이 없다"며 파주 지역 주민들이 냉랭함을 보였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판문점을 지나 북한과 접촉했지만 지금까지 바뀐 게 없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장터에서 땅콩을 판매하고 있던 정석영 씨(64세, 가명)는 "처음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만나도 바뀌는 게 없어 실망하면서 기대감마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돕는 70대 아동 지킴이 근무자인 함덕경 씨도 "한번 만나고 나면 갈라지면서 기대감이 깨지는 것 같다"며 "파주 지역은 읍·면·동 중 읍만 있는 지역이 있는데, 면·동이 생길 정도로 발전할 기회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시선도 자리했다. 임진각에서 만난 김하림 씨(57세, 남)는 "우리나라에 500조 원 넘는 투자를 강요하는 등 믿기 어려운 인물"이라며 "그런 인물이 북한과 만나 우리나라에 득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파주에서 20년 이상 택시를 운전한 김해락 씨는 "이것도 일종의 쇼(Show)가 아닌가 싶다"며 "막말로 북한과의 관계를 오히려 꼬이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그가(김정은 위원장) 만나고 싶어 하면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도 시사하며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깜짝 회동이 이뤄진다면 판문점일 것"이라며 "지금 열쇠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손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만남 제안에 대해 북한 측의 무응답이 이어지면서, 만남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한 자체만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은 문산역 인근에서 5일장이 열렸다. 주민들은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다가도 '통일' 얘기만 나오면 한숨을 쉬기도 했다.
파주시 금촌동에 사는 박종희(86세, 여)는 새 신을 샀다며 신발을 자랑하다가도 북한 얘기가 나오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잘됐으면 좋겠는데, 내가 더 늙기 전에 개성에 건너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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