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열과 품질

2024-07-01

산업 전자제품, 부품산업에서도 고성능(High performance)이라는 용어는 고객 입장에서 항상 필요하다. 제조기업도 시장 경쟁 우위를 위해 늘 추구하는 방향이다.

특히 소자 산업은 속도가 빠르며 전력 소모가 낮고 크기는 줄이되 용량은 키우는 방향을 추구하며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작동하는 동안 '열'이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최근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주파 발진기(수냉식), 손톱 크기만한 칩을 동작하기 위해 수백배 크기의 방열 동판을 붙여야 하는 고출력 레이더 칩, 변압기, 파워 반도체, 방산 무기 등에서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 품질 대가들의 이론이 시대를 거치며 학습되고 현장에 적용돼왔다. 산업제품, 부품산업에서 열의 심각성이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듯이 품질의 정의와 요구사항 등도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열 제어는 최근 기업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됐다. 품질 역시 전통적인 품질관리(QC)에서 경험한 것을 기본으로 하되 경험하지 못한 품질을 예측하고 준비해 현장을 혁신해야 한다.

품질의 기본은 △전통적인 3정 5S 실천 △작은 불합리부터 해결 △지속적인 학습 △전문가의 표준 운영 절차 마련 △전 직원이 설정한 기준 지키기 △기준의 고도화 △기준의 최적화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품질 준비와 평가에 드는 예산을 늘려 관리·제어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는 톱다운 방식의 실행이며 CEO의 숙제다. 품질 관리의 대가라 불리는 커크 패트릭이나 화이젠바움이 권장하는 품질 준비·평가 비용의 권장 비중은 20~50%인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준비·평가 비용 투자는 5~20%로 알려져 있다.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잘 해결하는 임직원이 칭송받는 시대가 아니다. 사고를 예방하고 방지하며 현장을 고객 맞춤형으로 최적화하는데 정성을 쏟는 담당자, 관리자, 임원이 대우받는 시대다.

특히 제조업의 현장 관리자는 사후관리보다는 예방·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량품이 발생해 고객에게 인도될 때의 손실을 포함해 고객의 기회손실, 신뢰성 손실 등 다양한 실패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필자는 부품 사업을 할 때 특정 파트 책임자로서 단 1장의 불량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고객에 해당 부품을 납품한 적이 있었다. 이후 해당 불량 부품이 세트에 조립됐고 해외 고객에게 인도돼 완제품 불량을 야기한 적이 있다. 결국 첫 4만여대 제품에 대한 클레임을 받았다.

당시 많은 사람이 긴 시간을 투입해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며 마무리했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실패 사례다.

열을 제어하려면 적절한 4M1E(Man·Machine·Material·Method·Environment)를 최적화하고 이에 더해 실수방지체계도 갖춰야 한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진단,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전담(PM) 중심 조직 같은 기업문화도 필요하다.

품질에 대한 고객 요구는 더욱 복잡해지고 중요해졌다. 제조기업은 더욱 고도화된 학습, 예측, 준비, 실행을 이행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품질명장·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김재필 jsplanning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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