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쓰는 만큼 뇌세포 덜 죽죠
책 읽고 생각하고 친구와 놀며 뇌 건강 지켜요
인간의 뇌는 흔히 가장 좋은 성능의 컴퓨터라고도 합니다. 쭈글쭈글 뇌 주름 안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뇌에 대한 연구가 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세기 후반으로 얼마 되지 않았죠. 우주보다 신비하고 넓고 깊은 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인 뇌 연구를 시작했죠. 국가 간 기술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뇌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원천기술로 선정했고, 국내 뇌 연구 역량을 하나로 모을 핵심기구로 2011년 한국뇌연구원을 설립했어요. 과연 뇌 연구는 무엇이고, 뇌 연구는 왜 필요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뇌 연구가 바꿀 우리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뇌연구원을 찾아 머릿속 탐험을 해봤죠.

한국뇌연구원에 가다
뇌 연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뇌는 어떻게 연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대구 동구에 있는 한국뇌연구원을 찾았습니다. 한국뇌연구원은 뇌 작동원리 해석 및 뇌질환 병의 원인 규명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는 뇌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죠. 반구 모양의 타원형 건물은 두뇌를 형상화하여 좌뇌와 우뇌 건물로 나눠진 게 인상적입니다. 유다니엘 대외협력센터 연구조원이 좌뇌동 건물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동상을 소개했어요. “뇌 연구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 뇌과학 관련 학자들의 조각상이랍니다.”

그중 인상적인 사람은 일반인인데 이곳에 이름을 올린 피니어스 게이지입니다. 평범한 철도직원 게이지는 1848년 공사장 폭발로 굵기 3cm, 길이 1m의 쇠막대가 얼굴을 꿰뚫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어요. 그 결과 두개골과 왼쪽 대뇌 전두엽 부분이 손상되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며 그의 머리에는 지름 9cm가 넘는 구멍이 남았죠. 성실하고 온유한 성격이었던 그는 사고 후 충동적이고 사나운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이는 전두엽 손상이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었죠.
1층 뇌과학관에 들어서니 김상연 대외협력센터 센터장이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한국뇌연구원은 정부가 직접 만든 연구원으로 정부출연기관, 공공기관이에요.” 황지유 학생기자가 “나라에서 뇌연구원을 설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죠. “위·간 같은 장기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몰라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지 이게 다 뇌가 하는 건데 그런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뇌도 병을 앓거든요. 대표적으로 치매가 있고, 뇌 발달 질환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같은 질환들을 치료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세운 겁니다. 크게 뇌 연구를 통한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목표가 있죠.”

뇌과학관에선 뇌과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뇌 연구를 살필 수 있습니다. 먼저 척추동물의 뇌를 비교하며 어류‧양서류‧파충류‧포유류‧영장류‧인간 순으로 뇌의 진화과정과 각각 뇌의 특징적인 부분을 알아봤어요. 아인슈타인의 뇌 코너에서는 리얼 스크린을 활용해 뇌는 어디가 어떻게 생겼는지, 더욱 쉽게 뇌에 대해 볼 수 있죠. 모형을 통해 대뇌 속 여러 부위를 관찰하고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는 우리와 달랐을까요. 실제 많은 과학자들은 일반인과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의 뇌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죠. 뇌는 일반적으로 체중의 2.5%를 차지하며 약 1.5kg의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1000억 개의 신경세포, 1000조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기에 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신경계를 이루는 구조적‧기능적인 기본단위를 뉴런이라고 하죠. 뉴런의 기본 기능은 자극을 받았을 경우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하는 거예요. 전기적‧화학적 신호가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를 통해 전달되는 집합적인 활동을 통해 우리는 감각을 느끼고, 사고를 하는 등의 복잡한 생명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뉴런부터 뉴런을 발견한 두 과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과 카밀로 골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주는 전시공간을 둘러봤어요. 인터렉티브 월에서는 치매‧뇌졸중‧우울증‧중독 등의 뇌질환에 대해 알아 볼 수 있고, 뇌질환을 치료하는 미래기술인 오가노이드 뇌, 나노오믹스, 전기자극기를 인터렉티브 미디어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어 뇌과학과 인공지능이 연계된 역사, 현대 인공지능의 4대 요소 등을 한눈에 살펴보며 뇌에 대해 더 다양한 내용을 배웠죠.

BMI(Brain-Machine Interface)는 인간 뇌와 기계를 연결하여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로 뇌신경 신호를 실시간 해석 및 활용합니다. 전시 체험 중 하나인 ‘뇌파로 조종하는 드론’은 BMI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고, 집중도 설정 값에 따라 특정 행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BMI 기술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죠. 뇌파는 터치(스마트폰)와 목소리(인공지능 비서)의 뒤를 잇는 전자기기 작동 수단으로 꼽힙니다. BMI 기술은 안전모에 장착해 현장 안전기술로도 활용이 가능하고, 향후 생각만으로 작동 가능한 기계 등에 활용이 기대되죠. 유 연구조원이 “BMI와 비슷한 기술로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있어요. 간단하게 기계를 작동시키냐 컴퓨터를 작동시키냐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되고요. 뇌파로 조종하는 드론은 BMI 기술 체험용으로 저희가 개발한 거죠. 뇌파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드론의 조종 시스템과 연동시킨 것이죠.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드론에 정신을 집중하세요.” 유 연구조원이 시범을 보이자 드론이 하늘 위로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었죠. “저는 조금 오래 걸렸어요. 사람마다 뼈의 두께나 뇌파의 수준이 다르거든요. 여러분이 저보다 더 빠르게 작동시킬 수도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집중하니 테이블 위에 있던 드론이 금방 공중으로 떠올랐죠. 모니터 화면 속 자동차 속도 계기판처럼 생긴 뇌 집중력 게이지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곧이어 드론이 공중제비를 돌기 시작하자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어요.

특히 지유 학생기자는 헤드셋을 쓰고 얼마 안 있어 바로 공중에 떠오르고 연달아 빠르게 돌기 시작했죠. “왜 이렇게 빨리 돌아요?”(지유) “사람마다 뇌파 수준이 다르다고 했잖아요. 쉽게 얘기하면 파형에 따라 동작을 조금 나눠놨어요. 평균적으로 한 50% 수준까지 되면 위로 뜨고 75% 수준이 되면 좌우로 왔다 갔다 하고, 그다음 100% 수준에 다다르면 360도 도는 형태를 보이죠.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라 확실히 뇌파 수준이 남다르네요.”
VR기기를 통해 뇌 탐험도 해봤습니다. “VR을 통해 여러분의 촉각 신호가 뇌까지 어떻게 작용을 하고 전달되는지 실험할 수 있는 체험 도구죠. 공중에 터치를 하면 작동할 거예요.” 뇌의 부위별 위치 및 형태를 보며 각각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고 촉각이라는 감각 신호가 뇌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며, 뉴런의 신호전달체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었죠.

다음으로 3층 첨단뇌연구장비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태관 센터장과 함께 소개 영상을 본 이한호 학생기자가 “첨단연구장비센터에는 어떤 장비가 얼마나 많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다양한 이미징, 세포 분석, 동물 행동 분석 등 약 170대의 장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미경, 단백질 분석 장비, 동물용 MRI, 뇌파 측정 장비, 동물의 뇌를 화학 처리해 투명하게 만들어 세포를 더 잘 볼 수 있게 하는 장비 등 다양하죠. 이러한 첨단뇌연구장비는 지역 연구자뿐 아니라 국내외 기관 및 기업에 개방하여 공동활용을 촉진해요. 장비 관리부터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들어간 방에는 전자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전시됐는데요. 여러 개의 방마다 현미경이 마련됐다고 해요. “세포 안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아주 얇게 잘라가면서 다 관찰할 수 있어요. 세포 내부를 보려면 이런 전자현미경이 있어야 하죠. 시료 자체가 눈으로는 볼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연속블록면 주사전자현미경은 현미경의 진공 챔버 속에서 다이아몬드 나이프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조직시료를 커팅하여 이미지를 획득하죠. 자동연속절편용 주사전자현미경은 연속절편 시스템을 이용하여 얻은 연속절편 생물시료를 대상으로 넓은 영역 3차원 재구성이 가능한 전자현미경입니다. “스캔해서 큐브처럼 입체감 있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거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뇌연구실용화센터 2층에 있는 한국뇌은행입니다. 류연진 선임연구원이 “한국뇌은행은 뇌 연구 자원의 확보‧보존‧관리 및 활용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에요. 연구 자원을 연구자분들한테 주면, 연구해서 얻은 정보를 다시 저희한테 주면서 연구자와 은행이 서로 물질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죠. 은행에 가면 돈이 있듯이 뇌은행에는 뇌가 있어야 해요.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뇌를 뇌은행에 기증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영상을 통해 뇌 기증에 대해 알아봤어요. 최근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파킨슨병‧뇌졸증을 비롯한 각종 뇌질환이 급증하고 있죠. 여러 연구들이 동물의 뇌를 이용해 시행되지만 인간의 뇌와는 큰 차이가 있어 동물 연구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죠. 뇌질환이나 뇌 기능 이상의 원인을 밝히고 예방‧진단‧치료법 등을 연구하는 데 사후 뇌 기증이 필요합니다.

뇌 기증은 본인 또는 유가족의 서면동의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뇌 기증 동의를 한 경우에는 유족의 동의가 없더라도 기증할 수 있지만, 실제 뇌 기증은 기증자 본인이 사망한 이후에 이루어지므로, 가족에게 본인의 기증 의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미리 상의하는 것이 중요해요. 김연우 학생기자가 “아무나 기증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죠. “네. 병이 있거나 뇌질환이 있어도 괜찮고, 없어도 가능해요. 연구를 위해서는 아픈 분의 뇌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의 뇌도 필요해요. 비교를 해야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 있거든요.”
뇌 관련 조직‧세포‧체액 등과 그로부터 분리한 산물, 임상 정보, 역학 정보 등 ‘뇌 연구 자원’도 기증할 수 있습니다. 뇌 조직 외에 뼈‧혈액‧뇌척수액‧장기 등과 여기에서 분리한 DNA‧RNA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한국뇌은행에서 보관‧관리할 수 있죠. 뇌 연구 자원을 기증한다는 것은 뇌질환이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연구에 필요한 시신 뇌 연구 자원, 인체 뇌 연구 자원, 또는 생전 진료기록 등을 추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뇌은행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는 연구기관이라 세브란스병원 뇌은행, 서울아산병원 뇌은행 등 국내 8개 병원과 같이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그중엔 태아 뇌은행도 있어요. 아기가 엄마 태내에서 건강하게 자라 세상에 나오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 원인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죠.”

한국뇌은행에서는 연구자한테 뇌 연구 자원을 기탁 받아 보관하기도 하고, 뇌 연구 자원을 사용하고 싶은 연구자가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해당 자원을 지원해주는 분양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뇌 조직을 그대로 분양할 수는 없고, 조각조각 블록화 작업을 해서 연구자들이 원하는 부위를 분양하죠. 확보된 뇌 자원을 여러 가지 병리적인 방법을 통해 연구자들한테 제공하기 위한 정보를 만들어 줘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뇌자원 관리실에서 뇌 조직 표본 제작 시 사용하는 기계를 살펴보고, 조직을 슬라이드 글라스에 올려놓고 진단별 염색을 한 자료도 살펴봤어요. “큰 조직을 잘라서 파라핀으로 고정한 다음 기계로 잘라 염색한 뒤 현미경으로 살펴보며 세포 내에 어느 부분에 나쁜 물질이 축적되어 있는지, 부위별로 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뇌 자원은 이처럼 파라핀으로 고정해 보관하는 것도 있고, 뇌자원 보존실에서처럼 초저온 냉동고에 혈액 샘플 등을 동결 보존하기도 해요. 혈액‧뇌척수액 중에서는 액체질소탱크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잠시 연구를 위해 희생된 동물들을 위한 추모비에 묵념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좌뇌동 4층에 있는 연구실로 향했습니다. 김주현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선임연구원이 안내했죠. “제가 간단하게 실제로 쥐를 가지고 어떻게 뇌 신호를 분석하고 실험하는지, 신경 신호 전달 과정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소개하겠습니다.” 쥐의 뇌를 얇게 썬 조직을 현미경에 올려두고 조작하니 모니터를 통해 쥐의 뇌세포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뇌에는 여러 부위가 있어요. 이성적인 판단을 할 때는 대뇌피질을 쓰고, 기억할 때는 해마라는 부분을 씁니다. 저 밑에 부분이 해마인데 저기가 잘못되면 기억을 못해요. 확대하면 뇌세포를 하나하나 볼 수 있죠. 대뇌피질을 확대하니 동글동글한 모양, 별 모양도 보이죠. 반짝반짝 보이는 것들이 다 뇌세포고 연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혈관도 있는데 도너츠 같은 적혈구들이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어요.” 어떤 질병에 걸리면 뇌세포가 줄어들기도 하고 많아지기도 하고 모양이 변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실제 눈으로 보며 체크하는 거죠. 가는 전극을 뇌세포에 꽂아 뇌세포 상태가 오늘은 건강한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뇌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것도 봤습니다. 뇌질환에 걸리면 뇌 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는 거죠.

김 선임연구원은 “살아있는 쥐를 갖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하는데, 쥐가 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가 또는 잠깐 쥐의 뇌를 빌려서 그 뇌가 어떻게 상태가 변하는가를 보기도 합니다”라며 박스에 들어있는 쥐를 살짝 보여줬어요. 실험실에는 쥐가 들어 있는 박스가 여러 개 있었죠. “커다란 쥐장이 있는데 쥐를 실험하기 위해 꺼내올 때는 이런 박스에 담아옵니다.”
그 다음엔 뇌를 얇게 잘라 뇌세포를 제대로 볼 수 있게 염색하고 표본해 놓은 슬라이드 글라스도 살펴봤어요. 또 뇌세포를 직접 현미경으로 살펴봤죠. “녹색을 입혀서 현미경에 눈을 갖다 대면 뇌세포가 녹색으로 반짝반짝 보일 거예요. 뇌세포는 색깔이 없잖아요. 그래서 색깔을 넣으면 뇌세포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개발됐죠.

혹시 무섭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가 아플 때 먹는 약이나 치료제는 다 수많은 동물들의 실험을 거쳐서 나온 거예요. 뇌질환은 굉장히 많은 데다, 여러분도 나이가 들어 치매로 고생할 수도 있죠. 동물을 일부러 괴롭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해 이 모든 연구 과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뇌연구원에게 듣는 뇌와 뇌 연구
연구실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주현 선임연구원에게 뇌와 뇌 연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추가로 질문했습니다.

연우:뇌는 어떤 기관이고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뇌는 굉장히 중요한 기관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다 뇌가 결정해요. 우리는 뇌의 명령을 받는 존재라고 볼 수 있죠.
한호:뇌는 정해져서 태어나나요. 머리가 좋은 사람은 타고 나는지 아니면 나중에 바뀔 수도 있는지요.
바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릴 때 뇌가 많이 발달하고 보통 대여섯 살쯤 되면 발달이 완성된다고 하지만 그 뒤에도 꾸준한 학습으로 뇌 기능이 계속 바뀌고 구조가 계속 바뀌어요.
연우:우리가 자는 동안 뇌는 무슨 일을 하나요.
낮에 활동하는 동안 뇌에 쌓인 노폐물을 우리 몸의 다른 곳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요. 잠을 안 자면 기억을 오랫동안 못 하거든요. 잠을 자는 동안에 낮에 봤던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장기적으로 남아서 몇 달 뒤에도 몇 년 뒤에도 기억할 수 있는 겁니다.

한호:요즘 MBTI 얘기를 많이 하는데 F와 T 성향에 따라서도 뇌의 모양이 다를까요.
솔직히 저는 MBTI 잘 모르지만 그거를 결정짓는 것도 뇌가 어느 정도 작용을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람의 성격을 결정짓는 게 호르몬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어떤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적게 나오고 하는 것도 뇌가 어느 정도 결정을 한단 말이죠. 또 뇌가 손상을 입으면 사람의 성격이 변하기도 합니다. 뇌에 변화가 생기면 사람이 달라지는 건 확실합니다.

지유:최근 대전 초등학생 살인사건도 그렇고 신문을 읽다 보면 ‘충동적으로 저질렀다’라는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사람의 성향을 미리 알고 뇌에 자극을 주어 이런 충동적인 행동도 조절이 가능할까요.
가능하죠. 그런 충동성은 유전자의 영향도 있고 또 호르몬의 영향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거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고 또 그런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도 있어요. 그래서 심한 경우 의사 처방을 받고 그런 약을 꾸준히 먹어서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유:뇌 연구가 청소년의 학습과 기억력 향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있었던 MC스퀘어라는 것이 실제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뇌를 꾸준히 학습하면 기억력이 좋아져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뇌세포는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죽는데 쓰는 만큼 덜 죽어요. 그래서 우리가 계속 책을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놀고 떠들고 하는 것도 뇌가 계속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데 중요합니다. MC스퀘어를 쓰면 뇌파를 유도할 수 있는 어떤 특정 파장대의 소리가 삐~~ 나는 데요. 그걸 듣고 있으면 귀에 자극이 가기 때문에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한때 유행했었죠. 요즘은 미주신경 자극이라고 귀를 통과하는 신경을 자극하면 뇌가 좀 좋아진다는 그런 보고들이 있긴 해요. 그래서 MC스퀘어도 완전히 허황된 건 아니고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근거는 있어요. 주기적으로 어떤 음파를 들려줘서 뇌파를 약간 변형시키는 그런 효과는 있다고 생각해요.
한호:뇌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걸리는 뇌의 질병이 많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면 수많은 사람들이 치매·헌팅턴병·파킨슨병·퇴행성 뇌질환에 걸리고 또 우울증·PTSD·ADHD 등 수많은 뇌질환이 있는데 대부분 아직도 치료제가 없어요.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치매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죠. 그래서 우리가 뇌를 연구해야 되는 것도 있습니다. 또 요즘 인공지능이 유행하는데 뇌를 연구하면 인공지능의 바탕이 되는 학습 원리 등을 알 수 있어 인공지능을 산업에 이용하는 쪽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유:지금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환각제가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생쥐를 가지고 연구 중이죠. 환각제를 먹으면 우리가 평소 보지 못했던 걸 보게 돼요. 흰색 벽이 무지개 색깔로 보이고 눈앞에 막 천사가 떠다닌다든가 그런 걸 보게 되는데, 그런 게 요즘은 뇌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있어요. 지적장애·자폐증 같이 학습이 안 되는 사람들의 뇌를 자극하면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죠.
연우: 이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뇌과학을 좋아했고 기본적으로 생물학을 좋아했어요. 생물학은 어떻게 보면 우리 몸에 대해 더 자세히 아는 과정이죠. 생물학에 관심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뇌가 가장 신기했기 때문에 뇌를 연구하고 있어요.
한호: 뇌과학자·뇌연구원이 되면 무엇이 좋은지, 직업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무엇이 좋아서 뇌과학자가 되는 게 아니고 뇌과학이 좋기 때문에 계속 연구하다 보니까 뇌과학자가 되는 거예요. 수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가 아니라 내가 수학을 좋아해서 계속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그 자체로 수학자가 되어 있는 거죠. 저도 뇌과학을 계속 좋아하다 보니까 직업으로 삼게 된 거예요. 직업으로 좋은 점은 연구를 하고 나면 자기 업적이 되는 거죠. 세상에 아무도 알지 못했던 거를 내가 처음으로 아는 거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치매약을 내가 처음으로 만드는 거예요. 근데 일반 회사원은 보통 그 성과가 회사의 성과가 되죠. 내가 하고 싶은 호기심을 가지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 그러한 사실을 세상에서 제일 먼저 알아내고 내 이름으로 연구 결과가 남는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지유: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과학자는 어떤 연구에 대해 가설을 세워요. '내가 이런 약을 만들었는데 이런 약이 치매에 도움이 될까' 근데 보통은 10번 중에 한 9번은 실패한단 말이죠, 많은 경우 그냥 실패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좌절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가 뭔가 하나 성공하면 엄청난 희열이 느껴지고 가치가 있는 거죠.
연우: 뇌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평소 뇌 연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되는가 고민해보는 것도 좋아요. ‘치매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치매약이 아직도 없네’ 그런 생각을 하며 필요성에 눈을 뜨면 목표가 생기고 공부를 하게 될 겁니다.

동행취재=김연우(경기도 위례초 6)·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뇌 연구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
뇌과학이 지금까지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알아봅시다.
폴 피에르 브로카(1824~1880)
프랑스의 외과의사이자 해부학자이며 인류학자. 언어 관련 기능이 뇌의 좌반구 하측 전두엽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이는 브로카 영역이라 부르게 됐어요. 뿐만 아니라 실어증이 뇌의 특정 부분의 손상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최초로 제안했죠.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1852~1934)
스페인의 신경조직학자이며 현대신경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신경은 독립된 신경단위인 뉴런에 의해 성립된다는 뉴런이론을 정립해 1906년 카밀로 골지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죠.
요셉 바빈스키(1857~1932)
프랑스의 신경병리학자. 1896년 바빈스키 반사라는 현상을 발표했는데, 이는 신생아 때의 선천적 반사를 통해 생존 반사와 비생존 반사를 구분하고 나아가 영아의 신경학적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작용됐죠.
와일더 펜필드(1891~ 1976)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 1950년 띠 모양의 두뇌에 두 피질 영역이 담당하는 인간의 모든 신체부위를 대응시킨 그림 ‘피질소인(Cortical Homunculus)’을 제작했어요. 뇌 속에 작은 인간들이 우리를 조정한다고 생각했으며 뇌와 마음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로저 울컷 스페리(1913~1994)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대뇌반구의 기능과 시각정보화과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어요. 동물연구를 통해 좌우 대뇌반구의 기능 분화 및 그에 따른 대상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여 분할두뇌 및 뇌의 좌우기능에 대해 많은 업적을 남겼죠.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뇌’ 하면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도 됐는데, 연구원님들이 친절하게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 해주셔서 이해도 잘되고 뇌 연구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죠. ‘뇌는 어려운 것이 아닌 신기하고 새로운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뇌파로 조종할 수 있는 드론과 뇌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VR 체험이 즐겁고 흥미로웠죠. 여러분도 뇌에 대해 한 번 더 알아보고 흥미를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김연우(경기도 위례초 6) 학생기자

보안이 철저한 곳을 직접 들어가니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죠. 실험용 생쥐와 뇌세포, 여러 실험 기구들을 보고 연구원님들의 설명을 들으며 뇌 연구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연구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공부를 하지 않으면 뇌세포가 죽는다는 말씀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요. 뇌세포를 발달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고 뇌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한국뇌연구원에서 뇌파를 통해 드론 날리기, VR체험을 하고, 뇌를 연구하는 실험실과 각종 기구들을 둘러보고 한국뇌은행도 갔죠. 실험동물센터는 방역조치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여 아쉬웠습니다. 뇌은행이 인상적이었는데 뇌를 기증하게 허락해주는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니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소중한 연구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니 의미가 남다르다고 느껴졌죠. 연구원분들이 취재를 하는 동안 잘해 주셔서 감사했고,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얘기를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주셔서 재미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황지유(서울 봉은초 6)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한국뇌연구원, 자료=한국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