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등의 핵과류에 발생하는 자두곰보바이러스(PPV)는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PPV에 감염된 살구는 30∼100%, 복숭아와 자두는 10∼80%, 체리는 50% 이상의 생산량 감소를 초래한다. 감귤류에 치명적인 감귤 트리스테자바이러스(CTV)는 미국·브라질·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감귤류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과·포도 등 과수에 발생하는 바이러스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무는 생육 저하로 인한 과일 무게 감소, 당도 저하, 착색 불량 등으로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실증포장을 조성해 2019∼2023년 피해를 분석했다. 사과나무에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접종하고 감염되지 않은 개체와 비교한 결과 바이러스 감염 사과는 과일 무게와 안토시아닌 함량이 각각 54.3%·78.3%가 줄어들고 산도는 36.7%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포도·복숭아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과수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과수는 재배기간이 길고 한번 감염되면 치료방법이 적절하지 않아 그 피해가 크다. 따라서 재배 초기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 묘목 사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바이러스 감염 묘목의 유통이 과수산업 경쟁력 저해요인으로 판단하고 ‘과수 무병묘목 생산유통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예원 분석에 따르면 사과 ‘홍로’ 품종의 무병 묘목을 사용했을 때 일반 묘목 재배농가보다 1000㎡(303평)당 82만원의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 정책에 따라 전국 사과 과수원이 무병나무(성목)로 대체되는 2045년까지 누적 소득은 1조8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종자산업 등 관련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 5152억원, 부가가치 증대 효과 2394억원, 취업 유발 효과 1만3230명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과수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무병 묘목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부는 농가가 무병 묘목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품질 좋은 과일 생산과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정부와 과수 재배농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란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기초기반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