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과학센터 폴라 레만 박사
각국 선거공약문서 비교 분석 주도
“공약은 의회·정부 행동 부르는 이정표
기록 남기길 꺼릴수록 민주주의 후퇴”

“권위주의 정치인들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서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경우 그들은 매니페스토 공개에 더 소극적이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베를린 사회과학센터(WZB)의 폴라 레만(사진) 박사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선거 공약 분석의 중요성과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WZB는 1979년부터 전 세계 170만개 이상의 선거공약 문서를 수집·분석해 정당의 정책 성향과 변화, 정치적 대표성 등을 연구하는 ‘매니페스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인 레만 박사는 정치적 대표성, 선거, 민주주의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텍스트 분석을 활용해 정당의 입장과 정치적 대표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독일 포츠담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했고, 독일 훔볼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과학 및 인문학 아카데미(BBAW)에서 베를린 디지털 인문학상, 미국 정치학회의 통계 소프트웨어상, 독일비대학 연구연합 라이프니츠협회에서 박사 논문상 등 학술 분야에서 다양한 수상 이력도 있다. 다음은 레만 박사와의 일문일답.
-매니페스토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은.
“매니페스토 프로젝트는 1979년 처음 시작됐다. 프로젝트 창립자들은 정당 간 경쟁을 비교 연구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도 국가 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비교 방법을 찾고 있었다.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했다. 그 결과 각 국가의 공약 내용을 분석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각국 공약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내용 분석을 통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공약 분석이 왜 중요한가.
“공약은 정당이 다음 입법 기간 동안 계획하고 있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정당에게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해당 이슈에 대해 정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직접적인 표현으로 전달한다. 공약은 의회나 정부에서 정당의 행동을 부르는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공약은 민주주의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나.
“공약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집권 기간 수행할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선거가 의미 있으려면 유권자는 정당의 정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정책 제안에 근거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공약은 유권자와 정당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유권자들은 정당이 공약에서 명시한 내용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젝트 시작 후 공약에 변화가 있었나.
“공약은 시간에 따라 변화해왔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공약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려면 인쇄해야 했지만, 이제는 훨씬 더 쉽게 배포할 수 있다. 공약의 길이도 더 길어졌다. 형식과 접근 방식은 달라졌지만, 공약의 근본적인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공동기획 : 한국정당학회
매니페스토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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