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식단 관리가 필수다. 살을 빼기 위한 식단 관리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모두에게 효과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국내 연구진들이 비만의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식품이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비만인을 일반 비만(BMI 기준)과 복부 비만(허리-엉덩이 둘레비 기준)으로 구분하고, 두 비만 유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 각 비만 유형별의 식습관 연관성을 통합 분석했다.
비만은 주로 일반 비만과 복부 비만으로 나눌 수 있다. 각 비만 유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기존의 비만 연구는 각 유형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쳐, 두 유형의 유전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규명한 연구는 미흡하다. 또한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자 패턴 변화와 개인의 식습관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분석한 연구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식습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비만 유형별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참여자 1526명의 혈액 DNA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일반 비만과 관련된 20개, 복부 비만과 관련된 23개의 유전자 패턴 변화를 발견했으며, 이 중 4개 유전자는 두 비만 유형 모두와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진이 각 비만 유형별 유전자와 식이 섭취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식품이 비만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비만의 경우 SENP7 유전자가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섭취와 관련되어 일반 비만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SENP7 유전자는 단백질에 붙어 있는 SUMO를 떼어내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효소다. 주로 세포의 성장, 분화, 염증 반응 등을 조절한다. 이 유전자는 에너지 대사와 지방 축적 조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황산화 작용을 돕는 비타민C 섭취와 결합할 때 대사 효율을 높여 지방 축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복부 비만에서는 RNF220, PCDH9 유전자는 육류 섭취와, TM4SF1 유전자는 버섯류 섭취와 연관된다. RNF220은 세포 내 신호전달 조절에 관여하는데, 지방 세포의 분화나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유전자와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육류 섭취와 관련된 단백질 대사 과정에 영향을 줘 복부 지방 축적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PCDH9는 뇌의 식욕 조절 및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주는데 육류 섭취로 인한 대사 반응과 연결돼 복부 비만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TM4SF1은 지방세포의 성장과 염증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버섯류에 포함된 식이섬유나 생리활성물질과 결합할 때 대사 개선 효과가 커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ALNTL6 고등어나 오징어 등 수산물의 오메가-3 지방산과 관련된 대사 경로를 조절해 복부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 한편 두 비만 유형 공통으로는 HTR2A, PDZD2 유전자가 저탄수화물 섭취와 연관되어 비만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비만 유형에 따라 맞춤형 식품을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획일적인 식단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별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영양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일반 비만과 복부 비만이 서로 다른 유전자 조절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비만 유형별 식습관과 유전자 변화 연관성에 기반한 개인 맞춤 관리 전략을 제시한 이번 연구는 다학제 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재호 식품연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비만 관련 유전자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특정 식습관이 유전자 변화를 통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함으로써 비만 유형별 개인 맞춤 관리 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