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는 여러 가지 수비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기자 또한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SK는 KBL 역대 최소인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순위를 빠르게 결정한 SK는 정규리그 잔여 경기를 편하게 치를 수 있었다. 또, 4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렀기에, 휴식 시간 또한 길었다.
SK는 4강 플레이오프 때 잠깐 휘청거렸다. 그렇지만 3승 1패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창원 LG. SK는 나쁠 게 없었다. LG와 정규리그에서 5승 1패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K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내줬다. ‘공격’이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않아서였다. 전희철 SK 감독도 2차전 종료 후 ‘공격’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하지만 생각해야 할 게 또 하나 있다. ‘칼 타마요 수비’다. SK 4번이 칼 타마요(202cm, F)와 피지컬과 운동 능력, 다양한 옵션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챔피언 결정전 2경기에서 타마요에게 평균 25.5점을 내줬다.
SK가 남은 시리즈에서도 타마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SK는 잔여 경기들을 잘 치르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SK 장신 포워드들이 힘을 내야 한다. 이들이 타마요의 공격력과 에너지를 떨어뜨려야 한다.
그리고 전희철 SK 감독은 경기 전 “(타마요 수비 방법을) 우선 바꿔막기로 설정했다. 바꿔막기를 하려면, 신장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안)영준이와 (오)세근이를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켰다”며 ‘타마요 수비 전략’을 ‘바꿔막기’로 정했다.
# Part.1 : 무너진 플랜
바꿔막기의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1대1 수비’가 잘 이뤄져야 한다. 타마요의 매치업이었던 오세근(200cm, C)이 이를 잘 이행했다. 타마요의 돌파를 강제하되, 타마요를 끝까지 따라갔다. 자밀 워니(199cm, C)에게 도움수비할 시간을 벌어줬다. 오세근의 그런 동작이 타마요를 주춤거리게 했다.
안영준(195cm, F)이 그 후 타마요를 막아섰다. 그렇지만 SK 수비가 양준석(181cm, G)의 2대2에 흔들렸다. SK의 수비 로테이션이 어긋날 수밖에 없었고, 타마요 매치업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 결과, 타마요에게 3점을 맞았다. 원치 않는 수비를 한 SK는 1쿼터 종료 4분 34초 전 12-11로 쫓겼다. 전희철 SK 감독은 그때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자 SK는 1쿼터 종료 3분 전 벤치 멤버들(고메즈 딜 리아노-김태훈-안영준-아이재아 힉스)을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김형빈(200cm, F)이 타마요의 스텝 한 번에 무너졌고, 전희철 SK 감독은 최부경(200cm, F)을 코트로 보냈다.
# Part.2 : 약속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
최부경이 코트로 나섰고, 타마요가 벤치로 물러났다. 그러자 SK의 수비가 그나마 나아졌다. 수비력을 끌어올린 SK는 20-22로 2쿼터를 시작했다.
아이재아 힉스(204cm, F)와 최부경이 2쿼터에도 코트를 밟았다. 최부경이 타마요를 막되, 힉스가 바꿔막기를 했다. 힉스는 바꿔막기에 적합한 카드였다. 스피드와 수비를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힉스가 턴오버를 연달아 범했다. 그러자 전희철 SK 감독은 쉬고 있던 4명(김선형-최원혁-오세근-자밀 워니)를 재투입했다. 오세근이 타마요를 막되, 워니가 도움수비. SK는 비슷한 전략으로 타마요를 막으려고 했다.
오세근과 워니의 수비 호흡이 잘 맞았다. 두 선수의 수비 활동량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양준석이 타마요와 2대2를 했다. 급작스런 변화 탓에, SK 수비 로테이션이 흔들렸다. 타마요에게 3점을 맞고 말았다. 27-33. 전희철 SK 감독은 전반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요청했다.
SK는 정돈된 수비를 할 때 타마요를 잘 막았다. 그렇지만 수비 리바운드 후 치고 나오는 타마요를 막지 못했다. 여러 명의 수비수가 타마요를 막으려고 했지만, SK는 탄력 붙은 타마요를 제어하지 못했다. 타마요에게 결국 속공 점수를 내줬다. 전반전에만 타마요한테 13점을 허용했다. SK와 LG의 전반전 점수 또한 35-47이었다.

# Part.3 : 오세근의 투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부경이 타마요를 먼저 막았다. 타마요의 행동을 끝까지 따라갔다. 타마요의 행동을 3점 라인 밖에서만 이뤄지게 했다. 타마요의 돌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었다(최부경의 발이 타마요를 쫓아갈 수 없어서다).
SK가 타마요를 어느 정도 봉쇄했다. 그렇지만 SK는 2쿼터처럼 LG의 3점포를 막지 못했다. 3쿼터 시작 3분 35초 만에 37-55. 전희철 SK 감독이 후반전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소모해야 했다.
게다가 오세근이 지쳤다. 다만, 오세근이 지친 만큼, 타마요도 지쳤다. 이를 파악한 오세근은 타마요와 몸싸움을 했다. 타마요의 돌파 경로를 차단함과 동시에, 타마요를 3점 라인 밖으로 밀어냈다. 또, 강한 몸싸움으로 타마요의 슈팅 밸런스를 불안하게 했다.
오세근은 3쿼터 종료 1분 10초 전 3번째 파울을 했다. 그리고 김형빈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렇지만 김형빈은 타마요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또, 워니와 바꿔막기를 했을 때, 아셈 마레이(202cm, C)의 패스를 제어하지 못했다. 김형빈이 타마요의 기를 약간이나마(?) 살려줬고, SK는 참담한 결과와 마주했다. 51-68로 3쿼터를 마쳤다.
# Part.4 : 떨어진 힘
김형빈이 타마요를 막았다. 3쿼터 후반처럼 당하지 않았다. 또, 타마요를 향한 수비 로테이션이 잘 이뤄졌다. SK는 최소한 타마요에게 실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로테이션을 많이 하다 보니, SK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지 못했다. 공격 리바운드에 능한 마레이한테 루즈 볼을 내줬다. 마레이에게 곧바로 실점. SK는 57-72로 밀렸다. 남은 시간은 6분 28초였다.
김형빈이 결국 1대1로 막았다. 그렇지만 김형빈은 타마요의 잽 스텝을 막지 못했다. 타마요에게 왼쪽을 내주고 말았다. 워니가 도움수비를 했지만, 타마요의 슛 동작이 이미 이뤄졌다. 워니가 결국 3번째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SK는 마지막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남은 시간은 4분 21초였다. 점수는 그대로 57-72.
SK는 따라갈 힘을 잃었다. 경기 종료 2분 52초 전 57-75로 밀렸다. 패배를 인지한 SK는 주전들을 불러들였다. 벤치 멤버들에게 기회를 줬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모두 패배. LG의 우승 확률을 100%(4/4, KBL 역대 챔피언 결정전 1~3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로 올려줬다.
# Part.5 : Feedback
앞서 계속 언급했듯, SK는 여러 수비 전략을 사용했다. 그렇지만 타마요에게 18점을 내줬다. 2점슛 3개와 3점슛 3개를 내줬다. 타마요의 야투 성공률을 37.5%(2점 : 3/8, 3점 ; 3/8)로 낮추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를 잡은 조상현 LG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워니가 바꿔막기를 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볼을 빠르게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그걸 잘 이행했다”라며 ‘SK 수비 파훼법’을 전했다.
반면, 3번째 경기까지 내준 전희철 SK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여러 변칙 수비를 사용했음에도, 우리의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스윕당하면 안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나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 서울(5차전 경기 장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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