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3200m’ 새만금 공항 완성 필수조건

2024-09-22

활주로 길이에 따라 공항의 ‘격’ 결정

고작 단거리 국제선 운항 공항효과 제한적

경유지 여행 크루즈 활성화, 수출에 영향

신공항 중 3000m 이하 공항 새만금만 유일

내년도에 착공해 오는 2029년 완공 예정인 새만금 국제공항 활주로가 국제 규격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것으로 지적되면서 전북이 활주로 확장을 요구하는 배경과 그 당위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북정치권은 10월 국감에 맞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계획으로 새만금 국제공항 활주로를 기존 2500m에서 최대 3200m로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역시 활주로는 최소 3000~3200m가 돼야 비로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활주로 길이가 3000m 이상이 돼야 국제공항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활주로’ 길이, 경제영토 확장의 열쇠

활주로는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위해 필요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긴 직선으로 제작된 특수목적 도로다. 공항 터미널, 관제소와 함께 공항의 필수요소 중 하나다.

활주로는 공항의 규모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가 난다. 활주로의 길이에 따라 띄울 수 있는 기종 또한 달라진다. 많은 사람을 실어나르거나 긴 거리를 주행하는 비행기를 수용하려면 활주로의 길이도 당연히 길어져야 한다. 활주로가 길고 폭이 클수록 항공사고 발생 비율도 그만큼 줄어든다.

새만금 국제공항에 계획된 활주로 2500m는 저비용 항공사에서 많이 운용하는 180인승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320 정도의 협동체 여객기를 띄우기 위한 최소한의 길이다. 이 경우 새만금 공항에서는 일본이나 중국 등 단거리 노선 밖에 뜰 수 없다. 장거리 여객기를 수용할 수 없다면 공항의 경쟁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수출에 있어 미국, 독일 등 서구 국가들과 거래량이 늘고 있는 전북의 경우 활주로 규격에 따라 경제지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새만금 국제공항에서 ‘장거리 국제 직송’이 가능해지면 새만금은 물론 전북 전체의 기업유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만금 공항은 국내선용 400인승 보잉 747을 띄우기 위한 최소 길이 2800m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LA 국제공항, 취리히 국제공항, 밴쿠버 국제공항과 같이 장거리 국제선으로 운항하는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최소 규격인 3200m 활주로가 필요한 것이다. 수백 톤의 중량을 가진 화물을 해외로 운송하는 대형 화물기의 경우에는 최소한 3500m의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경우 2500m 활주로를 3200m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예정 구역을 확보해 둔 상태로 국토교통부가 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6~2030)에 이를 충분히 포함시킬 수 있다.

△활주로 확장의 당위성

새만금은 국제공항 활주로를 확장할 명분도 충분히 확보해둔 상황이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진행됐던 새만금 사업 적정성 재검토 작업으로 무려 8개월의 잃어버린 시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정성 재검토 시행에 앞서 (사업에 문제가 없다면) 사업 지연에 따른 보상을 약속한 만큼 활주로 확장으로 이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8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토부가 재검토해서 문제가 없으면 지체된 시간을 나중에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사업의 적정성 재검토에 따른 8개월 사업지연과 관련한 보상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어영부영 넘어가려 한다”면서 “당장 국토부 차원의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노력하겠다”는 상투적 대답이었다. 이에 이 의원은 박상우 장관에 “새만금이 영남이나 수도권에 있었어도 이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일갈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우 새만금 빅픽처를 강조하면서 입주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새만금 사업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당시 “확실한 경제 효과를 내려면 목표를 명확하게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국제공항 활주로가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 단거리 노선을 겨냥한 C급 중형 항공기의 취항만 가능한 활주로 2500m 길이로 건설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것은 새만금 입주기업들이다. 업계에서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이차전지 기업들의 주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독일로의 화물 운송이 바로 이뤄진다면 새만금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만금 입주기업들이 3시간 30분 거리의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새만금 국제공항을 이용해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E급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는 최소 3200m 길이의 활주로가 필수조건이다.

△폭발하는 해외이동 수요 “활주로 확장 당연”

활주로를 가장 크게 늘린 건 인천국제공항이다. 새만금 공항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때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4조 8405억 원을 투하해 제4활주로 신설 및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포함한 4단계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이 완료되는 올 11월부터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은 현재 7700만 명에서 2900만 명 늘어난 1억 600만 명으로 확대된다.

무안국제공항에는 2800m의 활주로가 설치됐었으나 현재 360m 연장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3160m의 활주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주국제공항도 넘쳐나는 해외여행 수요로 목표를 초과달성하자마자 활주로 증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남권 공항인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의 활주로가 3500m로 계획된 반면 새만금 국제공항만 이보다 1000m나 짧은 2500m로 설계됐다는 점도 새만금 국제공항 활주로 증설론에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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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국제공항

김윤정 kking152@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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