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야당은 “한화 승계 특혜” 맹공…경제계는 “생존 전략”

2025-04-14

국회·상의 엇갈린 진단...한화 유상증자 해석 놓고 충돌

전문가들 “규제보다 기반...기업 생존 위한 정책 필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경제계 사이에서 상반된 온도차를 드러냈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승계 특혜’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지만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오히려 유상증자를 비롯한 사업재편을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평가했다.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업 재편시대, 기업 경쟁력과 주주권 보호’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 전환기에는 과감한 투자와 재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한 유상증자나 합병 등의 방식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다.

이날 좌담회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야당 주최 ‘한화 3세 승계 토론회’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국회 토론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승계”, “공정성 결여”, “주주가치 훼손”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유상증자와 지배구조 개편을 ‘승계 특혜’로 단정짓는 정치권과는 시각차를 보였다. 이와 함께 규제보다는 장기 투자와 구조 재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우선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유상증자 자체 문제 아냐...핵심은 의사결정 정당성”

이날 발제를 맡은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유상증자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금융의 기초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를 중심으로 최근의 지배구조 비판론에 반박했다.

최 교수는 “현행법상 기업은 차입과 유상증자 중에서 자율적으로 자금조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자산 건전성과 투자 필요성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가 반드시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석화 문제는 신주인수권 제도를 통해 이미 제도적으로 보완돼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대규모 수주가 예정된 기업에 차입만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재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요한 건 이사회가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했느냐”라며 “사전 설명회보다는 이사회 내부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외부 보고서에만 의존한 의사결정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유상증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유증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건 리스크를 통제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주 보호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 때 가능한 일”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합병 비율이나 물적분할 쟁점을 개선해 가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자금조달을 포함한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면서 “주가 하락의 본질은 경쟁력 저하에 있으며, 주주 보호의 핵심은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를 키워야 할 때...AI 전환기, 리밸런싱 절실”

이날 전문가들은 자본조달 방식과 사업 재편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이 지나치게 단기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이 처한 현실과 생존 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화의 유상증자는 기업의 투자 수요와 재무 여건을 감안할 때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결정”이라며 “최근처럼 수주가 급증한 상황에서는 차입보다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신용등급이 높다고 해서 무제한 차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부채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하는 무차입 자금조달 주장이나 유상증자에 대한 일률적 비판은 자본조달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며 “지금은 규제를 앞세우기보다는 기업들이 산업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은 “인공지능(AI) 산업 전환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빠른 리밸런싱이 필수”라며 “경영권 논란만 부각돼 기업의 재투자 기반이 위축되는 것은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파이를 키워야 할 시기지, 나눌 파이부터 따질 시점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밸류업을 하려면 지금과 같은 자본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권용수 건국대 교수도 “일본도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심의 주주환원을 강조하다가 장기 투자 부족이라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지금 한국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환원이 아니라 재투자와 혁신”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우대제도나 복수의결권 등 실질적인 장치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해외 사례처럼 한국도 장기 투자 유인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센터장은 “최근 상장사 컨설팅을 하며 기업과 투자자 간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가 결국 주주환원의 전제라는 점에서 성급한 규제보다는 실질적인 구조개선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시 부담이나 규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실제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장벽을 낮춰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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