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회관서 '한화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세미나
한화 유증, 김동관 '설계자이자 수혜자' 지목
"C급 삼성"…사업 철학 없이 외형 부풀리기
한화S&C 시절부터 반복된 편법 승계 의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승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화그룹이 지배구조 리스크와 경영권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의 '설계자이자 수혜자'로 지목됐다. 김 부회장이 그룹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도 책임 있는 소통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번 사안이 과거 한화S&C 시절부터 반복돼 온 편법 승계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한수 경북대학교 교수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화 경영권 승계 관련 토론회에서 "(한화는)전형적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이 삼성과 비슷하다"며 "총수 일가가 편법 혹은 법 제도의 공백을 통해 그룹의 지배권을 상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과 밀접하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한화에너지가 보유하던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매입한 직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고하면서, 사실상 김동관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승계 작업을 뒷받침하는 자금 순환 구조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를 반려하고 정치권과 시장의 비판이 거세지자 한화 측은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구조로 수정했다. 한화에너지가 다시 1조3000억원을 출자하면서 '대주주 희생'을 내세웠지만, 경영권 승계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최 교수는 이번 유증에 대해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거래의 설계자이자 최대 수혜자'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 부회장이 매도자인 한화에너지의 최대 주주이면서 동시에 매수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로 거래를 주도했으며 결과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혜택을 직접 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를 삼성 승계 전략은 따라가면서도 실력은 뒷받침되지 않은 'C급 삼성'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삼성은 적어도 자사가 영위하는 분야에서 1등을 하거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 투자했으나 한화는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한화가 금융에서 태양광, 다시 방산으로 사업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일관된 사업 전략이나 철학 없이,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분야를 전환하며 기형적인 방식으로 외형 확대에만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과거 금융업을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삼았다가, 이후 태양광 산업이 유망하자 이를 집중 육성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안보 불안 등으로 방산업이 부각되자 다시 방위산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화는 비관련 다각화로 외형을 키운 전형적인 기업"이라며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내부 거래로 몸집은 불렸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사업은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고액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유상증자 논란 등 중대 사안에 대해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더십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하지만 김 부회장이 이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를 맡은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도 과거 한화의 행적을 고려하면 시장의 의심은 합리적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한화에너지의 전신인 한화S&C 사례를 들어 한화그룹이 과거부터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 구조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지배력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한화S&C 시절에도 그룹 내 IT 물량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며 외형을 확장했고 이후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바꾼 뒤에도 계열사 지분을 늘려가며 지배구조 정점에 올랐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역시 과거 행적의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영권 승계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책담당자들은 이번 유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성과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도 "대규모 유증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지배주주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회'의 결정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별 고민 없이 대규모 유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가 증자를 통한 자본조달을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주주에게 일정 정도의 수익률을 돌려주지 못해도 총수와 이사회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토론회에 대해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이미 에너지 계열이 확보했던 1조3000억원을 소액주주 보호 목적으로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되돌려 놓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해 원상복구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투명 승계', '정도경영' 원칙에 따라 법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오고 있다"며 "이번 증권신고서에도 밝힌 바와 같이 양사를 합병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날 토론회에 한화관계자들도 자리에 참석해 경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 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열렸다.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범야권 인사들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