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재준 노동연 원장 "계속고용 필요성 확대...경직적인 근로기준·보수체계 개선해야"

2024-11-25

윤석열 정부 후반기 고용노동정책 과제 제시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대응·숙련 전수 기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새롭게 만들어야"

"육아기 근로방식 유연화…기업·노조 책임 강화"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에도 대응하고 숙련 전수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고용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25일 <뉴스핌>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현 정부가 임기 후반부에 추진해야 할 선결 과제를 이같이 제시했다.

현재 정부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이후 재고용 ▲법적 정년연장 ▲정년 폐지 등 다양한 방식의 계속고용 제도를 검토 중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기본적인 계속고용 방안은 근로자가 정년을 채운 뒤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년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정년을 65세까지 늘리자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은 노후 소득 공백 해소와 고령층 생존권 보장을 위해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무조건적인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그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현재 전체 사업장의 22%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허 원장은 계속고용 환경 조성과 함께 기존의 경직적 근로기준, 보수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맡기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60세 이후 기업과 근로자가 기존의 경직적인 근로기준이나 기존 보수체계 적용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고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계속고용 조치가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를 잠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원장은 또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기금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 회사나 개인이 직접 운영해 온 퇴직연금을 기금화해 국민연금공단이나 근로복지공단 등 공적 기관에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을 제한하고 수익률을 높여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최근 기관장 회의에서 "애초에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퇴직연금을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퇴직연금에 기금형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허 원장은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자산유동화를 통해 노인빈곤율을 줄이는 것이 퇴직연금 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허 원장은 현재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개편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 근로기준을 적용 가능한 근로기준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정부 움직임도 심심찮게 포착된다. 김문수 장관은 지난 9월 취임 일성으로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제시했으며,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 방침을 재차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소상공인 및 영세사업자 등은 정부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인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사업 존폐마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밖에도 허 원장은 "공공부문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낳는 요소를 불식시켜야 한다"면서 "육아기의 근로방식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고치고 기업과 노조도 책무성을 발휘하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허 원장은 "실천과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런 과제들이 가능해지도록 정치권과 함께 이해당사자와 대국민에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해법은 없다"면서 "미래를 위한 개선 작업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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