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고거래 산업, 풀필먼트가 성장을 결정한다

2025-05-21

“사진으로 봤을 때는 멀쩡했는데….” 중고거래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다. 판매자가 '거의 새것'이라며 올린 제품을 구매했지만 막상 받아보면 사용감이 심하거나 오염, 손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반품이 번거롭거나 불가능해 손해를 감수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 범죄 수는 11만건을 넘어섰으며 피해액만 3340억 원에 달했다. 소비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거래를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고거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35조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최대 4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세컨핸드'는 단순한 가성비 소비를 넘어 스마트한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품 품질과 거래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 부족은 시장 성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풀필먼트 시스템이다. 필자는 중고거래 산업에 종사하며 7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1240평까지 확장하면서 풀필먼트 중요성을 몸소 체감해왔다. 중고거래에서 풀필먼트는 단순한 물류 공간이 아니다. 검수, 품질 관리, 상품화 과정을 포함한 종합적인 솔루션이며 기존 전자상거래 보다 더욱 정교한 운영이 요구된다. 특히 명품, 의류처럼 품질 보장이 필수적인 카테고리에서는 풀필먼트 시스템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규모를 확대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해외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이미 이러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은 전문 감정사가 제품을 검수한 후 판매하는 구조를 통해 거래의 안정성을 높였다. '스레드업(ThredUp)'은 대량의 의류를 받아 검수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편리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며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유럽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역시 판매자가 상품을 먼저 플랫폼에 보내면 검수 후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을 채택해 신뢰도를 높였다. 국내에서도 풀필먼트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소비자 경험은 풀필먼트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 됐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간 거래 중개를 넘어 풀필먼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검수 프로세스를 정교화하고, 품질 보증과 반품 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물류를 최적화하는 플랫폼만이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변대현 차란(마인이스) COO byun@minei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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