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가상자산법 시행 앞두고 우려↑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 '무쓸모' 될까 걱정"

2024-07-05

19일 시행 예정 가상자산법,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의 보험 가입 의무화

금융당국, 법 시행 전 보험 상품 출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방침

법안 헛점에 낮은 상품 완성도 겹쳐 투자자·사업자·보험사 모두에게 쓸모 없을 수 있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상품을 개발 중인 보험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안에 헛점이 있는 데다가 상품 설계가 부실할 수 있어 투자자, 사업자, 보험사 모두에게 쓸모 없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에 맞춰 재보험사 코리안리재보험과 5~6개 손해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개발 중이다.

가상자산법은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으로부터 투자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투자자가 맡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가상자산 지갑인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에 보관 중인 가상자산 가치의 최소 5% 이상을 보상하는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의 경우, 법 시행 전까지 출시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상품 심사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속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없는 상품 개발을 금융당국이 다소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통상 신규 보험 상품 개발에는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벤치마킹'할 유사한 상품이 있는 경우다. 그러나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처럼 참고 사례가 없거나 극히 적다면 얘기가 다르다. 투입하는 인력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보험업계는 '제로 베이스' 상품 개발에 반 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련 데이터를 찾기 힘들어 요율 산출 등이 까다로운 탓이다.

보험업계는 지난 2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 시행에 맞춰 상품을 출시한다면 약 5개월 만에 개발한 셈이 된다. 관련 업계가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의 보장 규모나 보험료 등을 두고 걱정하는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에 대해 "상품 개발에 쏟아부은 노력에 따라 기간은 줄일 수 있다"면서도 "이제까지 없던 고위험 상품을 개발하는 것 치고는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설계가 세밀하지 못해 넣어야 하는 보장은 빠지고 보험료는 비싸질 수 있다"며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기대에 비해 실효성과 수익성이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44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관련 보험에 사업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상품 완성도가 낮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보험 가입 대신 준비금 적립을 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안에 구멍이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상자산법에는 사고입증에 대한 책임을 정의한 부분이 없다. 때문에 해킹 등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더라도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을 투자자가 증명해야 한다. 사업자가 보험을 가입했더라도 투자자가 사업자의 잘못을 찾아내지 않으면 보상 자체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학 박사 출신의 한 가상자산업체 대표는 "현재로서는 가상자산 사업자 보험으로 투자자, 사업자, 보험사가 얻는 각각의 이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법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되 보험 상품은 좀 더 긴 호흡으로 고도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